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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증거 상당량 확보한듯/KAL기 추락참사­원인규명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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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증거 상당량 확보한듯/KAL기 추락참사­원인규명 박차

입력
1997.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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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사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보조날개 착륙각도인 30도」 중시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에 대한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우리측 조사단의 현장조사가 12일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사고원인 분석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고의 경우 생존자가 비교적 많고 조종실 등 기체 잔해도 상당부분 보존돼 있어 사고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통상 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조사가 1주일 이상 걸리는데 비해 이번 조사기간이 비교적 짧고 현장증거물로 엔진과 계기판 등 일부만 채택한 점을 감안할 때 사고원인 규명에 필요한 「믿을 만한 정황증거」를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TSB는 통상 현장조사만으로 사고원인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체 잔해의 대부분을 본부(워싱턴DC)나 본부인근 항공기지로 이송, 분석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현장조사에서 괌공항의 관제시스템 가운데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SAW)의 고장과 관제사의 근무태만 등 주요한 사고요인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승무원 등 생존자 면담을 통해 추락직전 사고기내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항공기 사고원인을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블랙박스의 보존상태가 양호해 원인규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단은 사고기의 생존자들이 순간급강하를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사고기의 보조날개가 착륙각도인 30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을 중시, 사고기가 추락지점에서 상당거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착륙을 시도, 저공비행하던중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단은 따라서 사고기가 기체결함이나 기상이변보다는 조종사의 조종실수나 관제사의 착륙유도실수 등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블랙 NTSB현장조사반장이 비록 하루만에 번복하긴 했으나 『사고기는 누군가 사람의 실수에 의해 추락했다』고 밝힌 점이나, 『사고기의 정비상태는 극히 양호했다』고 발표한 것도 사고원인 규명이 조종사와 관제사 실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에 대한 정황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사단은 앞으로 현장조사에서 확보한 정황증거와 사고직전 기체상태, 기내 음성을 기록하고 있는 블랙박스 판독자료를 통합분석, 사고원인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리게 된다. 조사단은 블랙박스에 들어있는 비행기록장치(FDR)의 판독을 통해 사고기의 고도, 속도, 엔진추력, 헤딩(진행방향), 역추진장치의 작동상태 등을 점검하게 된다.

조사단은 FDR에 기록된 사고기의 고도, 속도와 앤더슨공군기지 관제탑의 레이더스코프에 저장돼있는 사고기의 고도와 속도를 비교·분석, 조종사가 인식한 고도·속도정보와 관제탑에 입력된 고도·속도정보의 차이도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이들 두가지 정보에 차이가 있을 경우 조종석 계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낼 수 있고, 두가지 정보가 일치할 경우 조종사가 고도이탈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방치한 이유를 집중조사할 계획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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