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접원인 외 내용전모는 공개금지 원칙워싱턴DC로 옮겨진 블랙박스를 해독, 대한항공 801편의 정확한 사고원인을 담은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6개월∼1년정도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블랙박스 해독은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를 푸는 것에 불과하지만 사고당시 상황을 재연, 사고원인을 찾아내기까지 과정이 고난도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FDR의 경우 추락직전 25시간 동안 비행속도 고도 중력상태 등 비행궤적을 알 수 있는 42개 항목이 1초 단위로 기록돼 이를 분석하는 작업이 1개월 이상을 필요로 한다.
이에 비해 음성기록장치 해독은 녹음된 테이프를 듣는 것처럼 비교적 간단하다. 추락직전 30분 동안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사이의 대화와 엔진소음 등 각기 다른 4개 채널에 녹음된 내용을 듣고 상황을 분석한다. 그러나 사고기의 음성기록은 한국어와 영어가 혼재돼 있는데다 엔진 소음을 포함한 잡음이 섞여 있어 완전해독에는 2∼3일이 걸린다는게 건교부관계자의 설명이다.
FDR의 해독은 우선 0과 1을 사용한 이진수로 기록돼 있어 별도의 해독용소프트웨어가 내장된 컴퓨터를 거쳐야 한다. 이후 십진수(0에서 9까지 사용)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통해 얻어진 숫자와 그래프로 1차 분석을 실시한다.
다음에는 1차 분석결과에서 나온 숫자와 사고당시 기상자료 앤더슨공항의 레이더자료를 컴퓨터에 입력시킨 뒤 여러 가설을 적용, 사고상황을 재연하는 검증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시뮬레이터를 통해 3차원 영상화를 시켜 사고기가 추락한 원인을 찾아내게 된다. 보통 사고상황 재연 과정인 검증절차와 영상화작업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 이상 필요로 한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블랙박스가 해독된다 하더라도 사고원인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분을 제외한 해독내용 전모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사고조사에 관한 규정을 담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입국의 국제민간항공조약 부속서 13권 제5장에 따르면 사고조사 실시국은 조사과정에서 청취한 진술, 해당 항공기 운항 관련자 사이의 통신, 조종실 녹음 및 복사물, FDR내용과 정보분석과정에서 제시된 견해를 사건조사 이외의 목적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서조항으로 이들 기록 가운데 사고원인분석에 관계된 부분만 최종보고서나 부록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801편 블랙박스의 전반적인 해독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항공기 추락사고와 관련된 소송에서도 블랙박스 해독내용의 증거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단서조항을 놓고 보면 사고원인과 직접 관계된 해독 내용은 합동조사반의 조사결과인 최종보고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사고원인에 따라 한미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으므로 조사결과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서라도 일부 내용 발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3년 아시아나 항공기의 목포공항 부근 추락사고 때도 음성기록이 언론에 공개됐는데 이 때도 사고원인과 관련된 부분에 국한됐다. 대한항공 사고기의 경우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한미합동조사반간 협의가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어서 해독내용이 어느 선까지 공개될지는 미지수이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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