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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결함’ 책임묻기 어려울듯/KAL기 추락참사­관제사 책임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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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결함’ 책임묻기 어려울듯/KAL기 추락참사­관제사 책임범위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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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규칙 “최종책임 조종사에” 관제사 면책 판결사례/‘관제 결정적 실수로 통제불능 경우’땐 양상 달라질수도대한항공 801편 사고당시 관제탑의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SAW)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제사의 중대실수가 사고원인 중의 하나로 확인되고 있다. 관제사의 잘못된 정보제공이나 불성실한 서비스가 사고원인으로 판명될 경우 법적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관제사의 실수가 있었더라도 미연방항공규칙에는 관제사의 법적책임을 묻지 않으며 손해배상책임까지 면제하고 있다.

미연방항공규칙은 「최종책임 이론(Last Clear Chance Doctrine)」을 명시, 『사고를 방지할 완전하고도 최후의 책임은 조종사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제 과실을 원인으로 한 피해자의 소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연방정부나 관제사가 법적책임을 부담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801편의 사고에서 관제사의 중대과실이 밝혀지더라도 미국측은 사고 책임을 조종사쪽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미국내 항공기사고중 이번 사고와 유사한 추락사고가 있었으나 결국 조종사의 책임으로 귀결됐다. 74년 12월1일 TWA 514편이 워싱턴DC 덜레스공항 25마일 지점에서 산과 충돌, 92명이 사망하고 항공기는 완전파괴됐다. 사고 항공기는 당시 공항 44마일 고도 7,000피트(2,100m)지점에서 관제사로부터 활주로 접근을 허가받은 상태였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결과 관제사들의 접근허가에 고도제한 사항이 포함되지 않아 조종사는 비행항로에 산이 없는 것으로 오해, 접근 허가 당시의 하강률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확인됐다.

관제사는 산이나 장애물 등 고도제한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는 미연방항공국(FAA)의 규정을 위반했으며, 사고항공기가 안전최저고도 이하로 하강하고 있다는 것을 레이더를 통해 알았으면서도 이를 통보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조종사의 「최종책임 이론」을 인용, 『조종사는 관제사들이 항공기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까지 고려해 사고를 피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관제사의 실수가 명백한 또다른 케이스도 있다. C46 화물기가 이륙한 직후(13마일 지점) 엔진문제로 회항을 요청했다. 이에 관제사는 공항 인근 9마일 지점에 있는 다른 활주로로 비상착륙할 것을 통보했고, 활주로 길이가 5,300피트라고 알려주었다. 이 비행기는 활주로를 1.5마일 지난 지점에 추락했는데 실제 활주로 길이는 2,664피트였다. 피해자들은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사고가 났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법원은 같은 이유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어디까지 각 사안마다 다른 판례중의 하나일 뿐이고 더구나 기체결함 등 다른 사고유발요인은 적용되지 않아 이번 대한항공사고의 경우는 다른 판례가 나올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아가냐 공항측 관제사의 결정적인 실수가 조종사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 사고가 났다면 책임을 묻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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