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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의원 답답한 관료/“피눈물” 유가족 위로·치유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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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의원 답답한 관료/“피눈물” 유가족 위로·치유 뒷전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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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사태조속수습”… 현장기념촬영 추태까지/생색내기에 분향 저지당하기도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가 발생한 괌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인이 유족들로부터 집중 성토대상이 되고 있다.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젖어있는 유족들은 정부의 무기력과 허술한 재난·구호태세, 주무부처 장관과 관계자의 의례적 발언 및 성의없는 자세, 정치인의 추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괌총영사관과 정부조사단은 사고발생 6일째인 11일까지 유족 대상 설명회 등을 단 한차례도 열지 않고 있다. 인종 문화 언어 등 모든 게 낯선 괌에서 미국측 조사책임자의 말 한마디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항공기사고 전문가가 아닌 교민이 통역,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한 유족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유족에게 상황을 설명할 게 아니라 NTSB측과 함께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조사단이 「우리 말」로 돌아가는 사정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건교부장관, 국회의원 등의 괌 현지 방문은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자극시켰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 유족들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소해 주기보다는 『미국측에 철저한 사고원인조사를 촉구했으며 사고현장 책임자에게는 조속한 시신수습과 인도를 당부했다』는 의례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이환균 장관과 이해구 정책위의장 등 신한국당 의원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유족들에게 저지를 당하는 등 봉변을 당했다. 한 유가족은 『고관대작들의 발언은 국내정치용에 불과한 속보이는 립서비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정책위의장 등 신한국당 의원 3명은 10일 니미츠힐 사고현장을 방문, 시신수습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이 보는 가운데 사고항공기 동체 잔해를 배경으로 태연히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추태를 보였다. 괌총영사관측은 유족관련 업무는 뒷전으로 한 채 의원들의 괌 체류기간에 평균 3, 4명의 직원을 전담 배정했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의원 뒤치다꺼리도 힘들지만 사고수습에 바쁜 괌정부 당국자나 미군 관계자의 불평을 들을 때는 모멸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검경 합동지문감식반과 부검팀은 미국 정부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우리 정부 독단으로 괌에 급파돼 NTSB와 미군의 조사활동에서 완전 배제된 채 겉돌고 있다. 한 교민은 『미국 의료자격증이 없으면 현지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영사관측 만류에도 불구, 의료진과 지문감식반 등을 급파한 정부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들이 할 일이 없어 쇼핑이나 관광으로 소일하고 있다는 영사관측 설명에는 어안이 벙벙해진다』며 탄식했다.

유족들은 『차라리 얼굴이나 안보이면 분통이나 덜 터지겠다』며 『그들이 진정 우리나라 국회의원이고 관료들이냐』고 분노했다.<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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