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는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용이 금지돼야 할 무기임이 분명하다. 비전투원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점에서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와 같다는 것이 지뢰폐기를 주장하는 국제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그러나 무기를 가지고 인도적이니 비인도적이니 하는 논의 자체가 모순일 뿐 아니라 지뢰가 다른 무기에 비해 특히 비인도적이라는 단정에도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지뢰는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세계 68개국에 약 1억1,000만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 한달 평균 2,000명 꼴로 지뢰 사상자가 발생한다. 매년 약 10만개를 제거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과는 역으로 200만개가 새로 설치되고 있다.
이처럼 그 수가 늘고 피해가 커지는 것은 생산과 사용은 쉽고 제거는 어려운 데 원인이 있다. 더구나 냉전종식 후에도 국지분쟁지역에서 무분별하게 매설한 지뢰로 민간인, 특히 어린 아이들이 무수히 장애인이 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이 때문에 유엔 제네바군축회의(CD)는 오래 전부터 전면금지를 토의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캐나다가 중심이 된 「오타와 프로세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제네바 프로세스」와 관련해 대인지뢰금지법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 것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오타와협약이 성립되더라도 수출국의 동의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미국측 법안이 당초 클린턴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한반도 예외규정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은 지뢰를 군사수단에서 배제해야 하며 우리 군의 작전개념도 따라서 대규모의 수정작업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나 분쟁 가능성이 없어진 유럽국가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일반론적 지뢰제거운동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반도에 그대로 대입시키려는 것은 처음부터 논리에 무리가 있다.
우선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지뢰는 민간인으로부터 격리된 대북한군 방어용으로 특수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오히려 후방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수단이다. 북한군의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그들은 지뢰관련 국제회의에 일절 참석한 실적이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우리와 합동방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뢰제거를 일방적으로 법으로 정해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그 부당성에 관한 한국측의 지적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옳다. 또한 지뢰제거가 불가피한 추세라면 그 대체수단에 관해서도 한국군과 면밀한 사전협의가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 군이나 외교당국 역시 이같은 우리측 주장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대북방어수단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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