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쎄쎄쎄 아침바람’ 등 상당수가 “일제”/독립군가·창가에도 일제 잔재의 그늘 깊어한국 전래동요로 알려져 우리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의 상당수가 일본 전래동요로 밝혀져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교과서주식회사가 발행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용 교과서 「즐거운 생활」 40, 41쪽에 전래동요로 수록되어 있는 「줄넘기」는 일본 전래동요(와라베우타)인 「똑똑똑 누구십니까」에서 온 것이다. 두 곡은 문답형식으로 된 가사내용과 놀이방법이 일치한다. 1910년대부터 일본서 불리기 시작한 와라베우타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노래로 정착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재일동포 홍양자씨의 석사논문 「한국어린이가 부르고 있는 일본의 와라베우타」(중앙대 대학원·96년)는 한국 전래동요라고 잘못 알려진 일본동요를 처음으로 조사·정리하고 있다. 이 논문은 양국어린이들이 놀면서 부르는 노래 49곡을 비교 23곡이 와라베우타와 비슷하거나 같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잘 알려진 「쎄쎄쎄 아침바람」(손뼉치기 놀이)은 와라베우타 「쎄쎄쎄」와 선율이 비슷하고 가사내용(「쎄쎄쎄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과 놀이방법이 같다. 이 노래는 92년부터 재외국민용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해외동포들의 국어교육에 쓰이고 있다.
교과서 뿐 아니라 각종 교육자료, 연구서 등도 와라베우타를 전래동요로 소개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93년 제주도 북교육청 발행 「향토문화 교육자료-민속놀이, 전래동요」에 수록)는 와라베우타 「숨바꼭질 할 사람 이 손가락에 붙어라」와 거의 100% 일치한다. 다르다면 「이 손가락」이 「여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술래잡기 놀이),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줄넘기 놀이)는 가사와 놀이방법,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놀이방법이 와라베우타와 같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격으로 일본노래가 우리 것으로 둔갑한 예는 동요만이 아니다. 대중음악에서 「뽕짝」을 둘러싼 해묵은 왜색논쟁이나 끊이지 않는 일본가요 표절시비는 제쳐두자. 한국양악사의 뿌리인 창가도 대부분이 일본창가이거나 일본군가다. 지난달 한국예술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창가의 색인과 해제」(민경찬 지음)는 1,000편 이상의 창가를 정리하면서 그 대부분이 일본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민족의 노래로 불렸던 독립군가·항일투쟁가나 북한 혁명가요조차 상당수가 일본음악임을 밝혀냈다.
홍양자씨는 우리 어린이들이 와라베우타를 일본 것인 줄도 모르고 부르고 있는 데 충격을 받아 전래동요의 국적 바로잡기에 나섰다. 창가를 연구한 민경찬씨는 『일본음악을 우리의 민족음악으로 규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광복 52주년을 앞두고 이들의 연구는 일제잔재의 거대한 그늘을 깨닫게 한다. 무엇이 진짜 우리 것인가.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앞에서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전래동요와라베우타 가사 비교◁
◆똑똑똑 누구십니까
(초등학교 2-1 교과서 「즐거운 생활」 40, 41쪽 수록)
똑똑똑 누구십니까 손님입니다 들어오세요 문 따 주세요 철컥 하나 둘 셋
아랫목에 앉아라 아이구 뜨거워 웃목에 앉아라 아이구 차가워
의자에 앉아라 아이구 엉덩이 땅바닥에 앉아라 아이구 더러워
못앉겠어요 못앉겠음 빨리빨리 나가주세요
◆와라베우타 「똑똑똑 누구십니까」
똑똑똑 누구십니까? 나예요 이름은?
히데코(영자)입니다 성은? 스즈키(영목)입니다 들어오세요
녹차는? 없어요 과자는? 없어요 선물은? 없어요 그럼 가세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한 고개 넘어갔다 아이고 다리야 두 고개 넘어갔다 아이고 다리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세수한다 멋쟁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살았니 죽었니 죽었다 (살았다)
▲와라베우타 「여우야」
한 고개 넘어가 두 고개 넘어가 세 고개 넘어가서
여우야 여우야 밖에 나가 놀자
지금 잠잔다 잠꾸러기
지금 세수한다 멋쟁이
지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뱀과 개구리의 통구이
살았니 죽었니 살았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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