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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극단 무천의 ‘오이디푸스’(오세곤의 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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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극단 무천의 ‘오이디푸스’(오세곤의 연극평)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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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에 대한 해방 몸짓/암시·축적없어 갑작스런 느낌도연극의 발생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제의나 축제를 근원으로 보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제의는 초월적 존재인 신을 전제로 하며, 축제에는 현실을 떠나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재생하는 오락의 기능이 있다. 즉 둘 다 인간 현실의 탈피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연출가 김아라와 「축제극단」 무천이 경기도 죽산에 야외극장을 마련하고 그 첫 행사로 「본격 축제형 야외극」 「오이디푸스」를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극장 앞 광장과 무대 중앙에 우리 무속의 대나무를 꽂은 외에도 「축제」라는 어휘를 강조한다. 아마 연극의 원형인 제의와 축제를 추구하고 그로써 현실 탈피라는 연극의 본 기능을 이루려는 의지의 포명이리라.

확 트인 저수지를 앞으로 야산 기슭에 자리한 야외극장. 도심을 떠나 여기 온 것이 이미 현실탈피이며 그만큼 관객의 마음도 열려 있다. 그래서 미숙한 무선마이크 사용과 일부 배우들의 설익은 추상언어에도 관객은 마냥 즐겁다. 연기자들 역시 경적과 함께 자동차로 등장하여 자연 속으로 녹아드는 것으로 현실탈피 과정을 축약한다. 더욱이 무대를 둘러싼 둔덕 곳곳에는 흉한 몰골의 폐자동차를 묻어 현대문명에 대한 매장욕구를 극명히 하고 있다.

김아라는 재작년 「오이디푸스왕」과 장정일의 「도망중」을 결합하여 「이디푸스와의 여행」을 연출하였고 이 작품은 그해 서울연극제 대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그 중 장정일의 부분을 제외한 내용을 1부로 한다.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이후를 그린 「콜로누스 오이디푸스」를 신체언어로 압축해 다국적 악기연주와 함께 펼쳐 보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 2부이다.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는 진실 앞에 서려는 위대한 인간의 고통과 그 용기로얻는 궁극적 해방의 표현에 치중한다. 그래서 해설자는 1부 말미에서 오이디푸스를 「행복한 인간」으로 표현하고 2부 내내 고통의 몸짓을 보이던 연희자 남명렬은 마지막에 치렁치렁 자신을 옥죄고 있던 옷과 너울을 벗어 던지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해방」의 도입은 분명 카뮈의 부조리식 해석과 다른 새로운 해석의 결과이다. 그러나 극 중간에 「해방」에 대한 암시나 축적이 없어 갑작스러워 보인다. 또 어둠과 숲을 배경으로 어느 정도 환상적 분위기는 자아내지만 비극의 내용을 잘 모르는 관객의 경우 상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을 제대로 이해할지 의문이다. 극장구조와 발성법 등의 개선을 통한 물리적 전달력 확보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연극평론가·가야대 연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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