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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의 권력독점/송태권(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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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의 권력독점/송태권(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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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프랑스의 한 정치지도자가 『북아일랜드에 아일랜드공화군(IRA)이 있고 스페인에는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있으며 프랑스에는 ENA가 있다』고 말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IRA와 ETA는 아다시피 악명높은 무장 테러집단의 약칭. 이에 반해 흔히 「에나」라고 불리는 ENA는 프랑스의 최고 학부 「그랑제콜」의 하나인 국립 행정학교다.1945년 드골장군에 의해 설립된 에나는 해마다 100명 안팎의 신입생만 받기 때문에 50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총 졸업생이 5,000여명에 불과하다. 통칭 「에나르크」라고 하는 이들이 사실상 프랑스를 좌지우지한다.

정계 및 관계 등 권부와 경제계 언론계 등 민간부문의 최고 상층부에 이들 에나르크들이 빽빽하게 포진, 공룡과 같은 지배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3명의 대통령중 2명, 8명의 총리중 6명이 에나 출신이며 각료직 가운데 최소한 3분의 1 이상이 항상 에나르크 몫이다. 동거정부의 쌍두마차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역시 에나르크다.

프랑스의 역대 집권자들은 취임초 하나같이 소수 엘리트(에나르크)의 국가독점구조를 개혁하겠다고 역설해왔다. 그자신이 에나르크인 시라크 대통령도 95년 대선캠페인 당시 이를 천명했다. 지난 5월 총선때는 에나가 노골적으로 거론되며 뜨거운 선거이슈의 하나가 됐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은 2년이 지나도록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으며 총선에서 이긴 사회당 정부의 첫 내각에도 에나르크들은 대거 입각했다.

개혁파인 조스팽 총리는 최근 이같은 「성역」을 깨부수겠다는 듯이 관련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때맞춰 국회의장인 롤랑 파비우스 전 총리도 에나의 폐교를 부르짖고 있다. 조스팽 총리의 의지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프랑스 국민들은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나온 「K고-S법대」가 에나와 같이 독재적인 학벌로 변질되지 않도록 선거전부터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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