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아협력사 무더기 도산 위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아협력사 무더기 도산 위기

입력
1997.08.12 00:00
0 0

◎정부·은행 지원마저 끊겨 이번주 수십곳 부도우려기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이 집단도산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자체자금조달이 더 이상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기아의 자금력도 이미 바닥났고 정부와 은행의 지원도 끊겨 기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16일까지 400억원선의 어음을 결제해 주어야 할 입장이나 현재로서는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기아그룹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1만7,000여개의 기아 협력업체 가운데 기아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1차 협력업체는 모두 3,400여개로 이중 기아 계열사에만 소재와 부품을 전량납품하는 협력업체가 40%선에 달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중에는 기아에만 의존하는 협력업체가 51%를 넘어서고 있으나, 이들 업체가 받은 어음의 할인과 결제가 마비상태에 이르러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H사(인천 부평구)의 경우 지난달초 기아에서 받은 10억원의 어음을 한푼도 할인받지 못해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얻어다 썼으나 더 이상은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져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이 회사관계자는 『은행을 찾아 아무리 애원을 해도 다른 은행을 소개하거나 위험부담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만 할 뿐』이라며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채업자들도 지원거부는 물론 부채상환까지 요구하고 나서 7월분 월급은 50%를 힘겹게 지급했다』고 털어놓았다.

매출액의 80%를 기아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S사(안양시 만안구)는 사정이 더 급박하다. 28억원의 어음중 10억원은 할인받기는 했으나 이달 20일까지 하청업체들에게 어음결제 등으로 지급해야 할 자금이 15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7월분 생산직 임금은 절반만 지급하고 사무직에게는 한푼도 주지 못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8월분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어음결제를 못해 부도를 피하지 못할 것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쇄부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으나 금융권의 기아 어음에 대한 기피증이 여전하고 기아그룹도 결제능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시늉에 그쳐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아그룹 자금담당 관계자는 『일시불 할인판매 등으로 모은 2,500억원의 자금을 통해 부도위기에 몰린 업체부터 우선 지원해 급한 불을 꺼왔으나 이 마저 바닥이 났다』면서 『이번주가 지나면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한 긴급수혈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아 협력업체에 대해 1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나 협력업체가 이틀정도 현상유지하는데 필요한 자금에 불과해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도가 발생한 기아협력업체는 10곳에 불과하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일주일이내에 수십곳이 더 도산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면서 『부도사태가 확산되면 협력업체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완성차업체의 정상조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김동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