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지원 ‘무’ 위기관리능력 ‘0’/현장에서 결정적 역할 국가선 지원·육성 외면/‘괌사고’ 타산지석 삼아 구조체계 제대로 서야괌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가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93년 목포공항의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는 대형사고 발생시 우리의 상황대처능력의 미숙과 구난체계의 난맥상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구조현장에서 지휘체계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구출작전이라는 것도 부상정도 등을 고려치 않은채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됐었다.
그동안 항공기추락 도시가스폭발 여객선침몰 다리 및 건물붕괴 등 갖가지 종류의 대형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효과적인 구조·구난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재난관리법」이 제정되고 재난현장에서 구조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무부 산하에 중앙긴급구조본부가 설치되기는 했으나 재난상황시 신뢰할만한 위기관리능력이 있는 것으로는 아직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상황에서 대부분의 구조구난활동이 「119」 등 정부기구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뿐 현장에서 결정적인 지원역할을 하는 변변한 민간기구가 없다는 것을 현재 구난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내무부에 등록토록 돼 있는 민간차원의 긴급 구조·구난단체는 단 한 곳도 없을뿐더러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나마 구조활동에 참여해 온 몇몇 민간단체에 대한 육성·지원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응급환자 이송이나 인명구조활동을 하는 사회복지법인 한국응급구조단(129)의 경우만 해도 전문적인 환자처치능력이 떨어지는데다 환자이송 등을 놓고 말썽이 빚어진 일도 있었다. 국가의 지원없이 환자 이송과 처치료를 받아 자체적으로 구조팀을 운영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다. 결국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긴급상황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도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있는 셈이다.
한국응급구조단 윤성주(45) 총무부장은 『대형사고가 나면 인력과 차량을 전부 투입하고 힘껏 지원하면서도 정작 국가지원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가 적절히 예산 지원만 해주면 선진적인 긴급구조단체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아쉬워 했다. 대형사고때 구조활동에 참여했었던 한 민간단체 관계자도 『상황발생시 정부나 자치단체가 자원봉사자인 민간단체의 역할을 무시하고 권위주의적으로 상황대처를 하다보니 혼란만 부채질하는 등 효과적인 구조활동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긴급재난시 구조활동을 도울 수 있는 민간단체에 대한 평소 국가차원의 지원과 육성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에 괌 현장에서 보여준 미국측의 일사불란한 구조·구난활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한항공 참사를 긴급 구조·구난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진동 기자>이진동>
◎엄해전 안실련 행정실장/안전불감증 큰 문젭니다/작년 5월 출범 안전운동 전개
스스로를 「안전생활 지킴이」라고 자부하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엄해전(41) 행정실장은 이번 괌 대한항공기 추락참사이후 내내 걱정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허술한 구조체계때문이다.
엄씨는 지난해 5월 안실련 출범과 함께 창단멤버로 합류했다.
안실련의 사업방향은 크게 3가지. 각종 캠페인 등 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안전운동을 전개하는 활동, 전문가들에 의한 정부의 안전정책 검토와 제안, 국민홍보와 계몽이다. 이를 위해 안실련은 어머니 생활안전지도자 900명과 자문교수단 등 5,000여명의 조직원을 확보하고 있다.
엄씨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총체적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어 어린 학생들부터 안전불감증을 치유하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실련에서 어머니생활안전지도자들을 통해 서울 시내 초등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안실련은 또 내달부터 전문가 300여명의 의견을 받아 「안전소리」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안전정책 부재를 질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엄씨는 『정부의 안전정책은 근원처방보다 대증처방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사고가 발생해야 비로소 안전문제를 생각하는 정부에 대해 평상시에 더 많이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안실련의 임무를 요약했다.
엄씨는 너무 잦은 대형사고로 인해 우리국민들이 아예 이를 피할 수없는 연례행사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엄씨는 『이번 참사의 경우에도 해당 기업보다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하는 당연한 직무를 정부가 유기한 셈』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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