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음 늦게 울렸거나 무시했을 가능성대한항공 801편의 조종실 음성기록기(CVR)에서 사고기 추락직전 지상근접 경보장치(GPWS)가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GPWS는 항공기 동체밑에 부착된 안테나가 전방과 아래쪽으로 전파를 발사, 지표면이나 장애물과의 거리를 자동측정해 충돌예상 40초전에 조종실에 음성메시지 형태의 경보음을 내는 장치다. 조종실에는 각종 계기판 등 항공기의 정상운항에 필요한 여러가지 장비가 장착돼 있지만 GPWS는 조종사의 착각을 막아줄 마지막 안전장치인 셈이다.
GPWS는 항공기가 지형지물을 향해 과도한 각도로 하강하거나 산과 같이 솟아있는 지형지물에 위험하게 접근할 때, 이륙 후 항공기가 고도를 크게 잃었을 때, 착륙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을 때, 돌풍을 탐지했을 때 등 갖가지 비정상적 상황에서 각 단계별로 다른 경고음을 낸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결과 사고기의 CVR에 경고음이 녹음된 것으로 나타나 조종사들이 GPWS를 꺼놨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일단 없다.
항공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볼 때 경보음이 너무 늦게 작동했거나, 조종사들이 착륙지점을 확신한 나머지 경보음을 무시했을 가능성 두가지로 추론하고 있다.
NTSB측은 8일 첫 기자회견에서 경고음 작동사실을 확인하면서 『통상 조종사들이 착륙을 위해 진입한 뒤에는 경고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착륙을 위해 항공기 고도를 내려도 GPWS는 기계적으로 경고음을 울리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통상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는 『조종사들은 악천후 등으로 시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GPWS의 경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즉각 고도를 높일 수 없는 돌발상황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NTSB측은 9일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시 폭우가 내리는 등 기상이 나빴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돌풍 가능성에는 크게 무게를 싣지 않고 있다.
결국 조종사가 경보음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기체결함으로 경보음 작동이 늦었을 가능성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박일근·이동준 기자>박일근·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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