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에서는 최근 귀가 얇아진 김대중 총재의 태도가 화제다.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김총재는 요즘 시시각각 전해지는 참모들의 건의를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면서 『마치 만능 탤런트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KAL기 참사후 국민회의가 내놓은 국가교통안전위 설치 등 법개정안은 당정책위의 원안이 그대로 발표됐다. 주요정책을 스스로 꼼꼼히 챙기던 과거 김총재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방송 3사 TV토론회 때 김총재는 바로 전날 한 당직자가 추천한 한 시를 그대로 암송하기도 했다.
대선기획팀의 참모들 사이에서는 『김총재가 고분고분해졌다』는 말도 나돈다. 김총재가 노선을 일일이 결정하고 지시하던 당분위기도 변했다는 것이다.
김총재의 「혼자 챙기는」 습관이 변한 것은 지난 수개월간 TV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게 중론이다. 이같은 변화를 거치는 동안 김총재는 스스로도 한 때 큰 감정의 기복을 겪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4월말 당내 TV대책반을 구성한 뒤, 자신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을 거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대책회의에서 정계복귀, 대권 4수, 측근정치, 그리고 말투까지 비아냥대는 의견이 나오자 김총재는 이를 참아내지 못했다. 회의에서 『내 기를 너무 죽이지 말라』고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가 하면, 회의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경우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김총재는 아는 화제가 나오면 「왔구나」하며 너무 길게 얘기를 한다』고 건의했다가 김총재가 정색을 하는 바람에 긴장하기도 했다. 특히 김총재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너무 「다양하다」는데 충격을 받고 한동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한 TV토론회에서 『준비하느라 나도 너무 고생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얘기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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