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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양호한게 이정도라니…”/시신 사진보고 넋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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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양호한게 이정도라니…”/시신 사진보고 넋 잃었다

입력
1997.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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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화상모습에 비명­실신/시신 찾지못한 유족까지 충격희생자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본 유족들은 믿기지 않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참담함에 또 한번 넋을 잃고 말았다.

10일 하오 2시30분(한국시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퍼시픽스타호텔 7층 객실. 수습 시신중 육안식별이 가능한 37구의 사진 앨범을 보기위해 유족들이 번호표를 들고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저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때 괌정부측이 마련한 7개 객실중 한 곳에서 『으악』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임모(24·여)씨가 뛰쳐 나왔다. 사진속에서 언니의 처참한 모습을 확인한 임씨는 객실을 나오자마자 실신했고 큰오빠는 우황청심환을 들고 급히 달려왔다. 큰오빠가 오는 동안 다른 유족들의 품에 안겨있던 임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흥건히 젖어있었다.

실신 30분만에 정신을 차린 임씨를 껴안고 큰오빠는 『너마저 이러면 어쩌냐. 어젯밤에 약속했잖아』라며 말을 잇지못했다. 그는 『충격을 받을까 봐 사진을 보지 말라고 무척 말렸었다』며 『시신이 비교적 온전해 다행이지만 아직 여동생 남편과 조카 등 3명의 시신을 더 찾아야 한다』고 통곡했다.

시신 확인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호텔은 온종일 통곡과 울부짖음으로 가득찼다. 시신을 확인한 유족은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시신을 찾지못한 유족은 행여 시신이 한 줌 재로 변하지 않았을까 답답한 심정에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신을 확인한 유족의 통곡에 가려 처연히 앉아있던 한 유족은 『내 가족은 사진보다 더 처참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미치겠다』며 『그나마 시신을 찾아 목놓아 울 수 있는 저들이 부럽다』고 탄식했다.

유가족대책위는 이날 사진을 보고 유족들이 실신할 것에 대비, 앰뷸런스와 의료진을 대기시켰고 우황청심환 3백개도 미리 준비했다. 항공기사고 사상 유례없이 희생자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 미국측은 이날 유족들로부터 『본인은 시신을 있는 모양 그대로 보기를 원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이날 상태가 양호해 공개된 희생자 37구의 사진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은 겨우 15장 정도. 나머지는 얼굴 한쪽이 완전히 타버렸거나 심하게 부어 윤곽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한편 시신 앨범에서도 가족을 찾지못한 유족 1백여명은 이날 사고현장을 방문, 대형 크레인이 항공기 동체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바라보며 마른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동체를 자르는 전기톱의 기계음을 들으며 시신이 수습될 때마다 현지 적십자사 요원들이 건네주는 조화를 언덕 아래로 던졌다.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현장에서 유족들이 그리운 가족의 이름을 외치는 동안 니미츠힐에는 아가냐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굉음이 울려퍼졌다.<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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