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관리 남편통장은 아내 것”/서울고법 판결

◎실명제와 상반 논란일듯아내가 통장을 남편명의로 실명확인한 뒤 계속 관리해왔다면 실질적 예금주는 아내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의 취지와 상반된 판결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최병학 부장판사)는 9일 김모(서울 양천구 목동)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사기를 당해 아내가 관리해오던 자신 명의의 통장에 돈을 입금시킨 김모(서울 은평구 갈현동)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김씨의 아내가 김씨 명의로 개설된 통장을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 허락없이 김씨 명의로 실명확인, 예금계좌를 계속 관리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예금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지배해온 사람이 김씨의 아내인 만큼 이 계좌에 피고가 돈을 입금시켰더라도 원·피고간에는 채권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고 김씨는 아내가 피고 김씨로부터 자신 명의의 통장에 4,000만원을 입금받고 갚지않아 구속된 뒤 피고로 채무변제 독촉을 받자 『본인 명의의 계좌이지만 관리해온 사실이 없는 만큼 채권관계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이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