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가능한 자국피해 차단 의혹/섣부른 단정땐 NTSB명성 흠/블랙박스 해독결과도 부담된듯/보잉사·괌관광산업 타격 우려/자국이기주의 작용 개연성도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8일 「사람의 잘못」이라고 밝혔던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원인을 하루만인 9일 번복, 발언의 진위와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착석한 내외신 기자들은 항공기 사고조사에 관한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NTSB의 발언번복에 대해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NTSB 괌현지 조사책임자인 조지 블랙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람의 잘못(Human Error)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는 많은 원인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였지 비중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어떤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씨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조종사 관제사 등 착륙과 관련된 「사람」의 잘못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단정했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내외신기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블랙씨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엔진고장이나 관제탑과의 교신불량, 악천후가 사고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전날 발언을 뒤집었다.
그는 『평소 사고현장인 니미츠힐에서 아가냐공항은 육안으로 보이는데 사고 당시에는 비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해 악천후가 사고원인중 하나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사고항공기가 하강할 때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점차적으로 내려왔다.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복합적이다』며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 연방정부의 사고현장 조사책임자인 블랙씨의 발언 번복은 외견상 단순한 실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사고원인에 대한 공식조사가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서, 그것도 미국 언론들이 항공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원인을 조종사 실수로 몰아가는 와중에 이뤄진 그의 발언번복 소동은 「고도의 계산」아래 이뤄진게 아니냐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블랙씨가 미국을 제외한 세계언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의도야 무엇이든 공식조사 초기단계에서부터 사고원인을 「사람의 잘못」으로 단정할 경우 그동안 쌓아올린 NTSB의 명성이 금갈 수 있고 향후 다른 항공기사고 원인조사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정확한 사고원인을 제공할 블랙박스의 해독작업을 독점한 상태에서, 그것도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 대한 간단한 조사만 이뤄진 시점에서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경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듯싶다. 물론 제작사인 보잉사나 괌 관광산업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기체결함이나 관제사 실수 등 「예상 가능한 결과」를 사전 차단하려는 자국이기주의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괌=특별취재반>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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