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한때 세계 최대규모·89년 상원 반대결의에 92년 완전철수/일본사유지 정부가 재임대·그러나 재계약거부 늘고 오키나와현 ‘반환’ 공표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20여개국에 있는 모든 해외주둔 미군기지는 주둔국과의 협상을 통해 임대료, 주둔비용 분담액 등을 결정한다.
한때 전세계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필리핀의 미군기지 처리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88년 필리핀 정부는 기지사용료를 크게 올리고, 91년까지 기지를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미군기지 임대협상」을 마무리지었다. 89년 필리핀 상원은 『필리핀에 있는 외국군 기지들을 91년 이후에도 존속시키는 어떤 협정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킴으로써 미군기지 철수를 기정사실화했고, 92년 11월24일 미 7함대 소속 군함이 수빅 미 해군기지를 떠남으로써 미군기지 철수는 완료되었다. 기지사용료만 4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임대료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었다. 미군이 떠난 수빅 일대는 현재 자유무역항으로 대대적인 탈바꿈을 하고 있다.
일본은 기지로 사용되는 국유지의 지대를 완전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일본인 군속의 급료, 전기요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이른바 「배려예산」을 편성하여 부담하는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사유지의 경우에는 정부가 지주들과 일일이 개별 계약을 체결하여 임대한 뒤 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군에 재임대한다. 이 때문에 임대기간이나 임대료는 제각각이고, 종종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반전지주」라고 불리는 이들 지주들의 재계약거부운동은 특히 전체 면적의 10.8%에 이르는 땅이 미군기지로 묶여 있는 오키나와에서 더욱 활발하다. 92년 5월에는 계약이 만료된 500명의 지주가 재계약을 거부, 사회문제가 됐다. 반전지주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반전지주회」 결성 등으로 점차 조직화, 대규모화하자 일본 정부는 「미군용지 사용 특별조치법」을 개정하여 기지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오타 마사히데 오키나와현 지사가 직접 2015년까지 40개소의 미군기지 및 각종 시설들을 단계적으로 돌려달라는 이른바 「기지반환행동계획」을 공표하는 등 각계각층의 거센 주일 미군기지 반환 여론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타 지사의 「기지반환행동계획」은 지난해 6월에 있은 주민투표에서 90%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최종 확정되어 미국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미군주둔 이유, 안보상황 등은 필리핀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그렇다해도 공여지를 「완전 공짜에 무기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설득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공여지 피해구제 대책/“토지 돌려받게 특별조치법 개정 시급”/무기한 사용권 규정도 단기 임대형식 바꿔야
미군 공여지로 지정돼 토지를 빼앗기거나 사용을 제한당한 주민들의 권리회복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피해 구제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과연 공여지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권리 구제는 가능할 것인가.
공여지 피해는 크게 토지의 강제징발로 인한 피해와 재산권 행사의 제한으로 인한 피해로 나눌 수 있다. 강제징발의 경우 정부가 토지를 헐값에 매수, 보상 문제는 해결됐지만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징발지를 원소유주가 되돌려 받는 「환매권」 문제가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군사상 필요가 없어진 때로부터 5년내에 원소유주가 토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미군이 군사적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거나 5년 시효가 지난 경우가 많아 피해구제가 어렵다.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인한 피해는 공여지 지정이 토지소유자에 대한 통보와 협의 절차 없이 미군과 국방부간 임의로 이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토지 소유주에게 한푼의 보상도 하지 않고 토지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공여지 지정 자체도 효력이 없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거, 적법하게 땅을 넘겨받았다』며 공여지 해제를 거부하고 있다.
공여지로 인한 피해구제가 쉽지 않은 근본 이유는 SOFA 규정 때문. 징발 토지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군사적 필요성」이 사라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판단과 반환의 결정권이 미군측에 있다. 토지소유자의 동의없이 미군측에 넘겨진 공여지도 「미군이 이미 사용중인 시설과 구역은 합의를 통해 넘겨받은 것으로 본다」는 SOFA 규정때문에 미군의 사용권을 부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주한미군 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 이장희 공동대표(한국외대 교수)는 『공여지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 반환 결정에 우리 입장이 반영돼야 하며 공여지 지정과정도 토지소유자의 동의와 보상 등 적법절차를 거치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무기한으로 규정된 공여지 사용권도 단기 임대형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파주시 장좌리 주민들의 토지소유권 이전소송을 맡고 있는 장주영 변호사는 『공여지 반환에 대한 국방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전국의 공여지 현황 및 사용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며 『주민들이 토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을 개정, 시효를 연장해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미군 공여지 주변 환경오염 심각/오폐수·중금속 등… 실태조사도 못해
미군 공여지 주변의 환경오염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말 녹색연합이 전국 30개 미군기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의정부 지역 5.5PPM, 부평 18.5PPM, 동두천 10.0PPM, 평택 14.5PPM, 원주 7.5PPM, 군산 39.0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치(1.0PPM)를 훨씬 초과했다.
포항 평택 의정부 등 미군기지 주변 토양에서는 45∼510PPM의 기름성분 유기물이 대량 검출됐고 원주 군산 지역도 미군 쓰레기 매립장 침출수로 인한 피해가 크다. 하남시 하산곡동 미군기지 주변 농경지도 91년이후 농작물이 말라죽고 라이터를 들이대면 불이 붙을 정도로 기름오염이 심각하다. 94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92년 반환된 3군데 미군 유류저장고는 일반지역보다 납이 최고 24배, 카드뮴은 7배나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에는 경기 연천군 군부대 사격장에서 미군의 열화우라늄탄 1발이 잘못 파기돼 방사능 오염 파문도 일어났다. 미군측은 『방사능이 극소량이라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열화우라늄탄은 질병과 기형아 출산 위험때문에 유엔이 지난해 8월 제조와 사용을 전면 금지했을 정도』라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하남시 당국의 기름오염 진상조사 요청에 대해 『증거도 없는 데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상 협의사항이 아니다』라며 조사를 거부, 환경오염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송탄 왜관 군산 지역에서도 미군기지 하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조사 및 개선요청이 수차례 묵살됐다.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오염에 대한 정부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규제는 고사하고 환경오염 실태조사조차 없었다. 지난해 7월 구성된 한미합동위원회 환경분과위원회는 한차례의 실무회의도 갖지 못했다. 환경부는 『SOFA 규정상 미군 시설과 구역에 대한 관리권이 미군측에 있고 환경관련 규정도 없어 정부차원의 실태조사와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이현철 조직부팀장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SOFA에 환경관련조항을 신설, 미군의 환경보존의무와 정부의 규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SOFA 규정상 기지 반환시 미군측에 원상회복 의무가 전혀 없어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기지와 주변지역 환경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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