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거리여행의 교통수단은 전적으로 항공기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여객 수송량은 96년 13억4,000만명이며 2000년에는 약 15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향후 2년간 전세계적으로 매년 평균 6%씩 항공여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9.2%의 증가율이 기대되고 있다.현재 전세계 항공기 사고율은 74년을 기점으로 100만회 출발당 평균 1.5건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교통 추세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같은 사고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15년에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항공기사고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전세계 항공업계는 우선 항공기 사고율을 100만회 출발당 1.0∼0.5건으로 낮추는 목표를 설정하고 궁극적으로는 사고율을 0%로 만드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전세계 항공기사고는 조종사 관제사 정비사 등 항공종사자의 실수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계는 항공종사자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통한 사고예방 노력을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며 어느정도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백악관의 연방항공안전보안위원회는 항공교통의 위기상황에 대한 개선책을 수립하기 위해 항공안전개선, 항공교통관제 현대화, 여행자 보안개선, 항공사고 사후대책 등 4개 분야 총 57개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항공선진국인 미국도 그만큼 항공사고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대한항공 801편 사고는 이미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대책이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아픔과 충격을 같이하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대책도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대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하고 개선되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 항공종사자의 인적요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항공운송의 현장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조직의 정책결정과정의 오류로 인해 작업현장과 안전시스템에 결함이 초래되었고, 이 결함들이 현장종사자의 과실과 결합되어 사고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간과되어 왔던 항공안전의 조직적 요소들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특히 조직문화변화와 성장에 대한 관리, 경제적 압박 그리고 조직내에서 정보가 다루어지는 형태 등이 영향을 미친다.
둘째 항공안전을 위한 항공종사자들의 자발적 비밀 사건보고제도를 효과적으로 도입, 운영해야 한다. 대부분의 항공사고 이면에는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던 위험요소가 최소 10개에서 최고 360여개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발견해서 개선할 수 있다면 항공사고는 충분히 예방될 수 있다.
셋째 이번 사고와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항공여행객과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확산조짐이 있는 항공기와 공항에 대한 테러는 국가에 대한 테러로 간주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현실과 무차별공격의 양상을 띠어가는 국제테러집단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항공보안 검색을 비롯한 대테러 대비태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항공안전은 항공운송산업의 기본전제이다. 항공안전 부문에서의 비효율과 비합리를 색출하여 개선하도록 함과 동시에 위험요소들을 미리 예측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조종사, 항공교통관제사, 정비사 등 현장종사자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층, 정부당국 등 항공계 전반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 항공안전은 정부와 항공계 모든 부문의 조화로운 협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한국항공진흥협회 부회장>한국항공진흥협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