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않는 공여지도 반환 불가능/무상에 지원·경비까지 한국 부담/철수해도 원상복구 요구못해미군 공여지는 45∼48년 미군정때와 50년 한국전쟁때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군정때 점령군의 지위에서 기지를 임의로 조성했던 미군은 48년 일시 철수했다가 50년 한국전 발발과 함께 다시 들어와 공여지를 확장시켰다.
67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 정부는 미군 공여지와 관련, 합리적인 계약을 해야 했으나 이전의 공여지에 대한 미군의 사용권을 소급 인정해버린 것이 문제의 시발이었다.
따라서 일본군 무장해제과정에서 무상으로 접수했던 모든 기지와 시설, 이후 67년까지 사용했던 모든 기지와 시설에 대한 사용권이 고스란히 미군에게 넘어가게 됐다.
더욱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미군에게 넘겨진 땅을 돌려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협정 제2조 3항에는 미군이 기지를 반환할 때는 한미간의 합의를 통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미군이 기지반환에 「합의하지 않으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미군이 사용하지 않는 기지에 대해서 조차도 마찬가지다.
또 협정 제5조 2항은 미군이 기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보상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게 돼있다.
협정 제3조 1항은 한국정부는 의무만 지고 권리는 행사할 수 없도록 돼있는 기묘한 규정이다. 한국정부는 미군의 지원, 경호, 관리를 위해 기지 주변 토지 등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되어있다. 이 정도라면 한국 정부는 당연히 미군에 제공된 토지가 원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등을 감시, 통제할 권한이 있어야 하지만 어떠한 권리 규정도 없다.
협정 제4조 1항에는 미국 정부는 한국에 기지를 반환할 때 기지가 제공되었던 원상태로 회복해야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최근들어 이 조항은 미군이 기지를 오염시킨뒤 아무 조치없이 철수하더라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치외법권지대인 미군기지에서 우리측이 환경오염 실태조사 조차 할 수 없게 돼있다. 국방관계자들은 『SOFA는 냉전시대에 권의주의 정권이 강대국과 맺은 불평등한 조약이므로 탈냉전과 민주화시대에 걸맞도록 개정하는 것이 결국 한미 양국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미군사령부의 공식입장/“다른 주둔국 비해 심각한 차별 없다”/공여지중 14만㏊ 반환,추가는 정부간 문제/일본에도 기지사용료 지불 않고 있다
미8군사령부는 미군공여지 문제와 관련해 네오포커스 취재팀이 보낸 7개항의 질문서에 다음과 같은 답변서를 보내왔다.
―한국내 미군 공여지의 정확한 규모는.
『미군이 사용중인 공여지는 미군기지, 전시대비 예비지역, 훈련장, 이들을 둘러싼 완충지대 등을 모두 포함, 3만600㏊다. 미군은 67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공여된 토지중 전체의 82%인 14만㏊를 반환했다』
―미군 공여지로 지정됐으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당수 있다. 이를 조속히 반환할 의사는 없는가.
『미군 공여지는 한국 국방부가 미군에 공여한 것이다. 미군은 SOFA에 따라 이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 반환 문제는 정부대 정부의 문제로 한국 외무부·국방부와 가장 잘 논의될 수 있다』
―미군공여지 관련 SOFA 규정이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여론이 높다.
『한국과 체결한 SOFA는 미국이 거의 100개 국가와 체결한 SOFA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다른 주둔국에 비해 한국을 심각하게 차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미군이 기지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한국에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
『미일 SOFA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실제 일본정부는 미군 주둔비의 75%를 지불한다. 이 비용은 토지사용료와 일본인 노동자임금 전기료 수도료 연료비 등을 포함한다. 미국은 미군과 미국인 고용자 임금만 지불한다』
―미군기지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국내 환경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조사가 있다. 미국내 환경기준이 한국보다 더 엄격한데 한국에서는 지키지 않는 이유는.
『미 국방부의 환경정책은 미국과 주둔국의 환경기준중 더 엄격한 것을 준수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한국의 기준이 높거나 미국의 기준이 높을 수 있다. 특수한 몇가지 경우 미군 장비가 기준에 합당하지 못하다. 미군은 한국 정부요원들과 함께 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SOFA 개정문제와 관련, 키를 쥔 미국이 피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국은 SOFA를 진정으로 개정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알고싶다.
『SOFA개정은 주한 미군이 논평할 수준을 넘는 정부와 정부간 일이다. 상세한 정보는 한국 외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
―얼마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한 대변인이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일본으로부터 직접 접수받은 땅이므로 한국의 땅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한 근거는.
『결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 기사는 사실 관계에 있어서 터무니 없는 실수를 했다. 그 기사를 본 주한 미군 공보관은 해당 기자에게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의 입장/“개정 노력중 그러나 묘안 없다”/칼자루는 미군이… 공여지관련 민원에 난감할 뿐 속수무책
미군 공여지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입장은 난감할 뿐이다. 법적 효력을 갖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피해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가 시민의 편을 들어주기는 커녕 미군 입장만 옹호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국방부 관계자는 취재팀에게 『더 이상 SOFA는 없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한국에게 불리한 SOFA 규정을 근거로는 더 이상 미국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미군이 철수해도 기지를 잘 넘겨주지 않아요. 전시에 쓰게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대지요. SOFA에 대한 개정 요구도 미국이 귀담아 듣지 않아요. 그들이 아쉬울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SOFA는 배타적이고 무제한이고 무기한적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불평등하게 맺어진 조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군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찍히면」 진급을 비롯해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외무부도 비슷한 처지다. SOFA개정작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미군 공여지 문제를 포함, 개정 노력을 하고있다』며 『하지만 미국측에 힘이 있고 그들의 이익이 충족되어야 SOFA 개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북대치라는 한반도의 특수 상황이 미군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수세에 처하게 되는 요인』이라며 『결국 우리 국력이 커져 자주국방을 하게 되면 우리의 요구를 당당히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말씀이지만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SOFA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역시 SOFA를 개정하는 길 밖에 없다. SOFA개정작업은 그러나 미국에 그만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측을 설득하고 공략하면서 협약의 개정을 이끌어 내는 끈기있는 협상력이 필요하다.
◎용산기지 어떻게 돼가나/북 NPT탈퇴후 이전 “없던 일로”
미군 공여지문제와 관련, 가장 큰 현안의 하나는 서울시가 신청사 건축 예정지로 발표한 용산 미8군기지 이전 문제.
서울시는 7월10일 현재의 용산기지 터를 신청사 건설부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계획이 실현될지는 현재로서는 매우 불투명하다.
용산 미8군기지는 90년 한미합의각서에 따라 한국이 이전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96년말까지 오산·평택 일대로 옮기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사실상 백지화한 상태다. 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움직임 이후 기지이전협상이 중단된 채 사업 자체가 무기한 유보됐다.
서울시는 한미합의각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지난해초에는 중앙경리단 맞은편과 용산가족공원 인근부지를 후보지로 해 협상을 벌였으나 미군측이 지하에 주요시설물이 매설됐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해 이전 대상지 선정을 위한 최종 심의에는 올리지도 못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미8군이 전부 옮겨 가려면 10∼15년 후에나 검토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에따라 이번에는 「미군부대 전체 이전후 신청사 건립」방식이 아닌 「기지내 일부 부지 양도」방식으로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가 『용산 미8군기지 전체가 이전하기 전에 일부만 부지로 내놓아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걸고 있어 성사될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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