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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와 뒷수습(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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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와 뒷수습(사설)

입력
1997.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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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기 추락참사의 수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구난체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엄청난 사고속에서도 29명의 생존자가 나올 수 있었던 「기적」의 뒤에는 괌 주정부와 미군들이 보여준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난체제의 가동이 있었던 사실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야 한다.사고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놀랍게도 칼 구티에레즈 괌 지사였다. 잠결에 강렬한 폭발음을 듣고 즉시 대형참사임을 짐작한 그는 긴급 출동지시를 내린 뒤 구조요원 몇명을 대동하고 현장에 달려가 구조활동을 지휘했다. 군 당국은 구조대 투입과 동시에 현장에 임시 야전병원까지 가설했다. CH46 헬기들이 공중에 떠 불빛을 비추는 가운데 훈련받은 100여명의 구조요원들이 어린이 노약자 부녀자 순으로 신속한 구조작업을 벌였다. 일손을 돕겠다고 달려온 현지교민들의 참여 요구를 훈련되지 않은 인력이라는 이유로 사양하다 뒤에 부상자들의 말상대와 통역의 필요성이 생기고야 참여를 허락할 만큼 구난체계 전체가 철저히 관리된 상태였다. 치밀성과 인명 존중사상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간 수없이 반복 강조되어 온 「구난체계」, 「위기관리」가 체계적으로 작동된 흔적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사고 항공사도 정부도 또 한번의 대형사고에 당황하느라 허둥대다 만 하루가 지나서야 현장에서 가장 요긴한 화상전문 의사들을 파견할 수 있었다. 정부에 재난관리 전담기구도 있고, 항공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도 있을텐데 이같은 허둥댐이 왜 재연됐는지 궁금하다.

사고대책팀을 보낸 정부의 첫 대응도 문제다. 관련부처 부이사관을 팀장으로 한 12명의 정부 대책반은 속지주의 원칙을 내세워 자국 페이스로 사고조사를 하려는 미국의 텃세에 눌려 우리의 주장을 충분히 관철하지 못했다. 사흘이 지난 9일 낮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이 10여명과 함께 현지에 도착, 호텔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갔다가 유족들에게서 『뒤늦게 와서 무슨 분향이냐』는 거센 항의만 받았다고 한다.

정부·여당은 대한항공기 추락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항공안전에 관한 특별기구 설립을 검토중이라 한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꼭 들어보는 소리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3년전 목포 아시아나기 추락참사 때도 정부는 똑같은 얘기를 했다.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구포역 열차전복사고 같은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육·해·공군을 망라하는 사고조사 전담기구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만 움직이는 듯하다가 사고의 충격이 잊혀지면 예산부족 불요불급론 등을 내세워 우선순위에서 밀어내 버렸다.

항공기는 이제 열차나 버스처럼 국민교통수단이 된지 오래다. 괌 주정부의 이번 구난활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나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난체제 수립이 화급하다. 그리고 그것을 상시체제로 가동하게 하는 철저한 훈련과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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