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는 보통 중요한 기능을 가진 「검은 상자」를 지칭한다. 종류는 2가지다. 하나는 미 대통령이 돌발적인 핵전쟁에 대응전략을 지시할 수 있는 암호지령장치가 들어 있는 「검은 가방」이다. 「축구공」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 검은색 가방은 항상 대통령과 일거수 일투족을 같이 한다. 언제, 어느 핵무기보유국이 선제공격을 가해 올지 모를 극한상황까지를 염두에 두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레이건이 힝클리의 저격을 받고 탄환제거수술을 받을 때도 이 「검은 가방」은 그의 병상침대 곁에 있었다. 얼마전 프로 골퍼 그렉 노먼집에 갔다가 계단에서 다리를 다친 클린턴이 베세즈다해군병원에서 수술받을 때도 이 「검은 가방」은 예외없이 그의 병상을 지켰다. ◆다른 하나는 항공기의 운항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다. 알루미늄제재라 흰색 아니면 오렌지색이다. 비행기가 형체도 없을 정도로 폭파돼도 이 「검은 상자」는 기적적으로 존재해 사고를 증언한다. ◆블랙이란 말이 검다는 뜻과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블랙박스로 불려지는 이 「상자」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DFDR)로 이뤄진다. CVR는 반복테이프에 의해 최종 30분간의 조종실내 대화와 관제탑과의 교신내용이 보관된다. ◆문제는 블랙박스의 약점이다. 먼저 찾은 쪽이 기록을 선점할 수 있다는데 있다. 83년 9월 구소련 영공에서 격추된 KAL 007기의 블랙박스는 소련이 회수, 알맹이가 빠진채 돌아온 것은 유명한 얘기다. 이번 괌사고의 경우 「속지주의」때문에 미국이 회수했다. 판독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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