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밖 15분 방문’ 통곡의 발길/잿더미 바라보며 “얼마나 뜨거웠을까” 오열/이 장관일행 분향소 방문때 멱살잡이 곤욕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발생 4일째인 9일 유족들은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혈육의 시신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유족대책위와 대한항공 현장대책본부 등은 사고 수습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족들은 하오 2시30분 사고 현장을 방문,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50명씩 교대로 추락지점으로부터 50여m 떨어진 곳에서 처참한 잔해를 바라본 유족들은 아직도 상당수 시신이 남아 있는 잿더미를 향해 『얼마나 뜨거웠겠느냐』며 주저앉아 통곡했다. 15분으로 정해진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줄 모르던 유족들은 돌아서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다시 달려가 오열했다.
미군측은 현장에서 퍼온 흙을 통에 담아와 유족들에게 한컵씩 가져가도록 세심히 배려했다.
○…현장 출발에 앞서 상오 10시부터 진행된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브리핑은 유족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바람에 예정보다 30여분을 초과했다. 유족들은 『만일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면 한줌의 재라도 가져갈 수 있겠느냐』 『뼈만 남아 있다던데 유전자 감식이라도 빨리 해야되지 않느냐』 『형체가 확인되는 50∼60구의 시신의 사진은 언제 확인할 수 있느냐』 『서울에서 보내온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수 없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낮 12시30분께 분향소가 마련된 괌 퍼시픽스타호텔을 방문한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과 조양호 대한항공 부회장 등 정부와 대한항공 관계자 10여명은 유족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격앙된 유족들은 이장관 일행이 분향을 마치자마자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사고가 난지 나흘이 지나도록 정부가 한 게 뭐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5분만에 분향소를 빠져나온 이장관은 괌영사관으로 향하면서 『유족들이 저러는 것도 당연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괌 출신인 로버트 언더우드(49) 미 하원의원은 하오 2시께 합동분향소를 방문,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 항공사에만 적용되는 가족지원법(Family Assistant Act)을 미국내에서 일어난 외국 항공기사고에도 적용, 유가족들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언더우드 의원은 『사고 수습반과 희생자 가족들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혼란과 오해를 낳고 있어 체계적인 대처가 아쉽다』면서 『이는 미국 가족지원법의 적용 범위가 미국 항공사로 국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책본부가 마련된 퍼시픽스타호텔에는 괌대학의 국제관광학과 교수인 미국인 스캔(46)씨와 한국인 부인 문윤임(37)씨가 자원봉사활동을 벌여 유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사고당일부터 유족들과 한국기자단의 입장을 괌정부와 NTSB측에 전달하고 있는 스캔 교수는 83년부터 10년간 한양대에서 관광학을 가르쳤으며 문씨는 미국 항공사인 컨티넨탈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 구조활동을 폈던 괌소방대 솔로몬 몬테버드 팀장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구티에레즈 지사가 소방대 구조활동을 방해하고 지연시켰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몬테버드 팀장은 『그는 소방대원 도착 5∼10분 뒤에 안전요원 1명만 대동하고 현장에 출동,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자를 구하거나 위로했다』며 『지사가 일본인 소녀를 안고있는 사진은 기자가 찍어 나중에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괌 현지 일간지인 「퍼시픽 데일리 뉴스」지는 이날자 3면 톱기사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경찰이 「지사가 먼저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막았으며 지사는 자신의 활약을 홍보할 전속 사진기사까지 동원했다』고 보도했었다.<괌=특별취재반>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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