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을 맞아 검찰의 거듭남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야말로 검찰은 과거의 치욕과 불신에서 과감히 벗어나 제위상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특히 임기제 검찰총수의 이번 경질은 시기적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온갖 국정 혼란과 부정사건으로 점철됐던 문민정권 시대를 드디어 마감하고 새 정권을 맞이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검찰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와 정권이 이처럼 바뀔 때야말로 변화와 발전을 도모할 더할 나위없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임 총수와 우리 검찰이 해내야 할 첫째 과제는 국민신뢰의 회복이다. 사실 초기의 개혁사정 때를 빼고는 문민검찰의 위상이란 참담하기만 했다. 전직대통령에 대한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내세운 기소유예와 번복 소동, 떡값 무죄론, 김현철씨에 대한 면죄부주기 1차수사 등으로 검찰역사상 처음으로 수사진행중에 한보 수사책임자가 바뀌는 검치사태를 겪었고, 국민의 이름으로 「해고」대상에까지 올랐던 문민 검찰이었던 것이다.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겸허한 자성과 거듭나려는 굳은 의지부터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둘째 과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 행사의 독립쟁취 문제이다. 10년전 검찰총장 임기제가 검찰권 행사 독립방안의 하나로 채택된 뒤부터 총장이 취임할 때마다 검찰권 독립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이나 검찰권 행사 독립은커녕 총장 임기제조차 이번에도 제대로 지켜지질 못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경유착 혐의의 대형부정이나 선거자금 문제 및 부정선거 사건 수사에서 우리 검찰은 번번이 정치 권력의 압력에 무력하기만 했다. 그래서 현행법체계를 바꿔서라도 정치적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마저 팽배했던 것이다. 검찰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보완문제는 김총장은 물론이고 새로 등장할 정권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과제는 공평무사한 민주적 수사관행의 정착이다.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수사할 뿐 과잉·표적수사로 인권을 짓밟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수사의 형평성 시비는 국민적 원성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우리 검찰은 자각해야 한다. 단돈 10만원만 받아도 처벌하면서 21억원의 뇌물도 떡값이면 무죄이고, 70여억원의 뇌물성 비자금도 세금추징으로 끝날 수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신임 김총장은 문민정권 초기 중앙 수사부장으로 개혁수사에 앞장선 바 있었는데 이번 취임사를 통해서는 발전하는 사회에서 민생 검찰의 견인차 역할을 다짐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김총장은 우리의 당부와 시대적 사명감을 좇아 정권말기의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새 정권 아래서의 새로운 검찰상 정립을 이뤄내면서 2년 임기도 꼭 채워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