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대로 미국은 변호사가 많은 나라다. 그래서 「말로 해결할 일」을 가지고도 법정을 찾는 등 온갖 소송이 난무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코네티컷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재미있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사건은 27세의 한 법과대학원생이 뉴욕시에 바로 인접한 코네티컷주의 그리니치라는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조깅을 하는 것으로 비롯됐다. 옆마을에 살고 있는 이 학생은 이 마을의 해변가에 있는 풍광좋은 공원쪽으로 달려가다가 공원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이 마을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학생은 여기서 포기하지않고 「공원은 누구에게나 들어갈 수 있는 장소」라며 소장을 냈다.
1만2,000가구 5만8,000명이 사는 이 마을은 대부분 주민이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로 출퇴근하는 등 뉴욕시의 베드타운이자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다. 집 한채 값이 평균 100만달러이고 연봉 10만달러 이하의 가구는 1%도 채 안되며 유색인종도 7%밖에 안되는 백인마을이다. 마을주민들은 53년전 맨해튼의 마천루가 건너다보이는 경치좋은 바닷가 땅을 매입, 공원으로 꾸미고 경비원을 세우고 주민들에게만 공원출입증을 내주었다. 유색인종이나 못사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자기들끼리만 쾌적한 공간을 즐기겠다는 뻔한 발상이었다.
남의 이목을 의식하고 또 사회적 위화감을 염두에 두는 우리 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을까를 한번 상상해본다. 그 학생은 먼저 법원보다도 신문사를 찾았을 것이고 신문은 마을주민의 비도덕적 행위를 대대적으로 비판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행정관청이 나서서 공원문을 개방토록 했을 것이고 바로 이어 국회는 이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일련의 수순은 별다른 저항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것이 뻔하다.
어느 사회나 나름대로의 문제해결법은 있고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번쯤은 다른 나라의 해결법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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