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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수출도 마비 위기

입력
1997.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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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대금회수가능 불구 L/C매입 거절 월 2억불 차질/‘기아죽이기’ 비난속 제일은선 “기한부신용장만 제한”기아그룹 채권은행단이 기아자동차의 수출신용장(L/C) 매입을 거절하고 나서 기아의 수출이 마비될 위기를 맞고 있다. 기아그룹의 수출액은 매달 2억달러수준이어서 기아로 봐서는 이만큼의 자금압박을 받게 됐고 국가경제적으로도 무역수지적자축소에 차질을 가져오게 됐다.

수출신용장은 수입국 은행이 수입대금 지불을 보증하는 서류로 기아그룹의 신용도와는 관계없이 대금회수가 가능한 데도 국내은행이 매입을 거부, 채권단이 수출까지 볼모로 잡아 기아그룹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8일 기아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아그룹이 부도유예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제일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들이 기아가 외국은행으로 부터 받은 수출L/C 매입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제일은행도 9일부터 수출L/C중 하나인 기한부수출신용장(유산스·USANCE) 매입이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그룹은 이에 따라 부동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모두 채권단에 흘러들어가게 된 데 이어 금융권의 L/C매입 거부로 수출을 하고도 자금화하지 못하는 대금이 크게 늘어나 운영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아그룹의 수출물량 가운데 유산스방식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약 13%로 금액으로는 월평균 4,000만달러(약 35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모든 은행이 이미 7월초부터 신용장을 받지 않고 수출할 때 수입업자로 부터 받는 기아의 장기수출환어음(D/A)과 단기수출환어음(D/P) 인수를 중단한데 이어 유산스매입도 전면 중지됨에 따라 기아그룹이 자금화할 수 있는 수출대금이 월평균 1억달러로 줄어들어 매달 2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다른 채권은행들이 모든 부담을 제일은행에 떠넘기고 있는데다 기아측이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뒤 『L/C매입은 한도내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산스의 경우 최소 180일이상 외화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은행의 외화자금조달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유산스를 무한대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아는 제일은행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다른 채권은행에 매입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 관계자는 그러나 『신용도 높은 해외은행들이 발행한 L/C 매입 거부는 무역거래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매입거부가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수출이 완전 마비되는 사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김동영·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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