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01편기 추락사고는 발생국이 미국이며 항공기등록국은 한국이라는 특징을 갖는 국제적 대참사이다. 당연히 사고수습과 원인조사과정에서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양국의 협력이 원활치 못한 듯 여러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사고원인에 대해 우리측은 기체 결함과 유도장치 고장, 관제탑 미숙 등에 무게를 두는 반면 미국측은 조종사의 실수, 정비불량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재라는 뜻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측은 사고기에 미국 항공기와 달리 지상근접경보강화시스템(EGPWS)과 같은 첨단경고장치가 없고 한국인 조종사들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한국적 조종실문화도 사고요인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사는 보도된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사고발생국인 미국이 주도하고 항공기등록국인 우리나라는 「옵서버」자격으로 참여한다. 이의가 제기되면 ICAO의 전문조사요원이 재조사를 하게 돼 있으나 현실성은 매우 낮다. 이런 규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항공안전기술이나 조사의 전문성 면에서 우리는 미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블랙박스 해독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고 우리는 해독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현지에 보낸 23명의 응급의료팀에 항공의료면허 소지자가 1명 밖에 없어 부상자수송기의 탑승을 거부당한 것은 구난체계의 낙후성과 항공의학의 미정착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양국 공조가 원활치 못하다면 이같은 기술적 제도적 요인도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조사반은 6일 도착후 미국측의 통제로 사고현장 접근과 생존자 면담을 하지 못했다. 유족들도 7일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통곡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족들에 대한 통제는 현장보존과 시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조사반에 대한 거부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원인에 관한 양측의 주장중 어느 것이 맞는지, 그 모든 요인이 복합된 것인지 여부는 조사가 완료돼야만 알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이해가 엇갈려 냉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고원인은 법적 책임소재, 배상과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조사가 되지 않도록 미국측에 촉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조사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를 우리측에 빠짐없이 제공하고 불필요한 통제를 완화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부조사반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에서 치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조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조사반의 활동은 항공행정 차원을 넘어 일정한 외교행위라 할 수 있다. 이번의 활동내용과 경과를 충실하게 기록, 추후 혹시라도 외국과의 공동조사가 필요해지는 경우 지침으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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