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열린 4자회담을 위한 1차 예비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원들의 행적도 오리무중이었다. 대표단 일행의 인적사항만 알려졌을 뿐 언론과의 접촉은 물론 숙소조차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이들의 이동은 그야말로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전용차를 이용한 다른 대표단과는 달리 「다이얼(DIAL)」이라는 차량대여업체로부터 차량을 빌려쓴 북한대표들은 이동구간마다 차량을 바꾸었다.
기자들은 며칠동안의 수소문끝에 북한대표단이 묶었던 숙소는 맨해튼이 아니라 허드슨강 건너편 뉴저지주에 있는 힐튼호텔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들의 행적을 감추려고 했던 북한대표단의 노력은 결국 그들의 「초라함」을 감추려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하루 숙박비가 최소한 200달러를 넘는 맨해튼의 호텔에 비해 뉴저지의 호텔은 숙박료가 훨씬 저렴하다. 차량대여도 하루종일 하는 것보다 필요할때만 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때문이었다.
이번 회담에 참석했던 우리측 대표단들은 『뉴욕체제비의 상당부분을 친북 재미교포들이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들은 나아가 『가능한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기사는 쓰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수백명의 참가단을 보냈던 북한이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된 이번 회담에는 이처럼 초라한 행색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에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율배반이 바로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아이러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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