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엔 전문경영인 고두모씨 선임미원그룹 임창욱(48) 회장이 8일 전문경영인인 고두모(59) 대상공업 사장에게 회장직을 내주고 명예회장으로 전격 물러났다. 미원그룹은 이날 사장단회의에서 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후임 회장에 미원과 세원을 최근 합병해 설립한 대상공업의 고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물러난 임회장은 임대홍(77) 창업회장의 2남중 장남으로 87년부터 그룹회장을 맡아왔다. 오너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그룹회장직을 물려준 것은 대림그룹 이준용(59) 전 회장에 이어 두번째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새로운 경영풍토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21세기의 기업경영은 대주주가 회장을 맡아 자의적으로 경영을 총괄하는 시대에서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경영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임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원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회장이 87년 취임 당시 10년만 회장을 맡은뒤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겠다고 밝힌바 있어 이를 실천한 것일뿐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임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뒤에도 임대홍 창업회장 동생인 임성욱(30) 부회장 등 대주주 및 은퇴 원로들과 「경영자문위원회」를 구성, 그룹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등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회장 자신도 『회장직을 물러나는 것은 막중한 책임을 벗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위해 더 큰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임회장이 평소 오너경영체제의 맹점을 자주 지적해왔다는 점이나 사심이 없는 성품을 감안할때 미원측의 설명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임회장이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것도 전격적으로 교체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임회장이 올해초 임성욱 부회장이 분리경영해온 세원그룹을 미원에 흡수통합하는 과정에서 세원측과 마찰을 빚은 것이 이번 사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생 회사를 흡수합병한데 대한 부담을 느껴온 임회장이 그같은 조치가 그룹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뿐 개인욕심과는 관계없다는 것을 입증하기위해 합병이 마무리된후 경영권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이와달리 임성욱 부회장에 대한 임대홍 창업회장의 신임이 각별하다는 점에 주목, 장차 임성욱 부회장체제로 전환하기위한 과도기적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해석도 적지않다.
◎신임 고두모 회장/세원·미원 합병 주도… 영입 18년만에 총수 올라
고회장은 금융인출신으로 외환은행 브뤼셀 지점장을 역임하면서 국제금융 등 해외사업에 밝아 79년 미원통상 상무로 영입된뒤 18년만에 파격적으로 그룹총수를 맡게 됐다.
전북 군산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남캘리포니아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고회장은 미원그룹으로 옮겨온후 89년부터 최근까지 6년동안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면서 동남아총괄사장을 맡는 등 그룹내 국제통으로 물러난 임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올 3월 귀국해서는 그룹의 모기업 세원사장을 맡아 (주)미원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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