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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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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사회의 빗장이 풀리면 언어도 해방된다. 90년대 들어 우리 사회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평론이 활발해진 점이다. 특히 여성평론가들의 대거 등장이 눈길을 끈다. 80년대까지는 여성이 무용과 연극, 미술 정도에서 활동했다. 이제는 문학과 음악, 영화, 비디오 등 거의 모든 문화장르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좀더 분석적 안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자각도 여심 속의 목소리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힘들여 근육을 사용할 일이 줄고 컴퓨터와 영상산업의 시대가 될수록 여성의 능력은 빛나게 될 것이다. ◆아직 정치·경제분야에 대한 평론은 거의 남성의 몫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정치·경제평론가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신문에서는 「정치평론가」들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는 대학교수나 연구소장 등이 신문에 기고를 한다. ◆문화장르와는 달리 정식 등단절차가 없어 쑥스럽기 때문일까. 그러나 근래 「문화비평가」라는 여성과 「군사평론가」라는 남성도 등장한 걸 보면 데뷔절차가 필수적인 것은 아닐 것 같다. 문제는 그의 글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요즘은 대선과 대기업부도, 대형참사 등으로 할 말이 많은 때이다. 여론을 가장 빨리 전파하는 「아마추어 평론가」인 택시운전기사들 외에도, 학구적이고 분석적 틀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정치평론가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여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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