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요미우리신문에 ‘20세기말의 위선’ 기고러시아의 대문호이자 구소련 당시 반체제인사였던 알렉산데르 솔제니친(87)이 7일자 요미우리(독매)신문에 장문의 에세이를 기고했다.
「20세기말의 위선」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는 현대사회가 계속해서 승자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설파하는 등 독자적인 문명론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의 요약이다.
『오늘날 같은 컴퓨터시대에도 우리들은 아직 혈거시대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강자가 정의」라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유고슬라비아 유혈 비극의 근본적인 책임은 민족적 의의를 몽땅 짓밟아 뭉갠 채 전국에 경계선을 긋고 각 민족을 강제 이주시킨 공산 집단에 있다. 그러나 천사의 얼굴을 한 서방지도자는 이같이 날조된 경계선을 인정하고 각국의 독립을 서둘러 승인했다. 또한 7개의 민족이 분열상태에 있었던 유고슬라비아는 될 수 있으면 빨리 해체되도록 요구하면서도 역시 3개의 민족이 서로를 원수 같이 여기며 갈등했던 보스니아는 끝까지 일체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이같이 이중의 태도로 정의를 가장하고 있다.
정치적 위선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성과는 「전범재판」이다. 전후 거행된 독일 나치에 대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은 당시 수천만의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총살한 국가의 사법을 담당했던 자들에 의해 진행됐다. 범죄자를 공정히 처벌할 수 있는 국제법규가 지금도 제정·정착되지 않고 있으며 전인류에 의해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지도를 보면 현재의 위선적인 분열 사고의 실례를 많이 열거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앙아시아까지 팽창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벨로루시와 러시아의 접근은 방해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도자들은 병약한 러시아를 옥죄며 적대시하고 있다.
지금 시도되고 있는 「세계적인 안전보장」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성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절대로 성립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인류 가운데 인간성의 악의 측면을 서서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길을 제시하고 도덕적 자각을 향상시키기 위해 헌신한다면 정말로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를 논하는 것은 빈정거림과 자조만을 부를 뿐이다. 그렇다면 「세계적 안전보장」을 외치지 않는 편이 좋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