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재벌 빼곤 대부분 조달기회조차 막혀/극단적 양극화… 추석 앞두고 9월 대란설까지돈이 풀리고 금리가 낮아져도 기업자금사정은 되레 악화하고 있다. 대기업 연쇄부도이후 자금시장이 극단적인 「초우량재벌 장세」로 바뀌면서 지표금리와 체감금리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기아사태이후 어음할인중단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연중 최대자금 수요기인 추석고비를 과연 넘길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아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연 12.16%(22일)까지 상승했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곧 하향안정세를 되찾아 현재 기아사태 이전수준(연 11.94%)으로 복귀했다. 경기침체로 자금수요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어쨌든 10대재벌의 침몰에도 금리폭등이 빚어지지 않는 것은 과거 경험상 오히려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낮아지는 것은 초우량재벌의 금리일 뿐 중소기업 심지어 중견재벌 금리는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발표되는 회사채수익률은 「우량물」기준이므로 중소기업 채권금리는 지표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한은당국자는 『과거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 채권수익률차는 0.1%포인트 정도였지만 지금은 0.3%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며 『지표금리가 안정돼도 대부분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금리는 오히려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금리가 올라간 것은 물론 아예 자금조달기회 조차 거부당하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발행 계획물량 2조8,200억원중 5,600억원 가량은 발행이 포기·연기됐는데 이는 대부분 보증기관을 찾지 못한,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 신청물량이었다. D증권 채권담당자는 『현재 채권시장은 초우량재벌, 극단적으로는 삼성 현대 LG 등 3대 재벌이 주도하는 장세』라며 『전체 발행물량의 6할가량을 초우량재벌들이 독식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사실상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CP)을 통한 기업단기자금조달 창구인 종금사들은 지난달 기아사태 발생이후 보름간(16∼31일) 중소기업 및 비우량재벌을 중심으로 CP할인규모를 1,697억원이나 축소했다.
이처럼 자금시장에 초우량재벌과 기타기업간 극단적 양극화가 빚어지고 지표-체감 금리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돈을 풀어도(이달 4조3,000억원 공급) 중소기업 자금난은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기아 협력업체의 도산이 속출하는 가운데 추석이 한달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추석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는, 「9월 대란설」까지 나돌고 있다. 그나마 차입여건이 나아진 초우량재벌들은 최근 은행대출 및 회사채·CP발행을 대폭 늘려 추석과 연말자금을 「사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파이」는 더욱 작아질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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