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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행이 가야할 길/이재웅 성균관대 교수(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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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행이 가야할 길/이재웅 성균관대 교수(아침을 열며)

입력
1997.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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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의 한 은행전문지가 세계 100대 은행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 은행은 하나도 끼지 못했다. 무역이나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인 우리나라의 은행들이 규모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너무 영세하다는 얘기이다. 일본은행들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은행중에 일본계은행이 7개나 된다는 사실을 크게 자랑했다.지금도 규모에 있어서는 일본 은행들이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경쟁력에 있어서는 세계 10대 은행에 하나도 들지 못하는 미국은행들이 덩치 큰 일본은행들 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의 경쟁력은 자산 규모 뿐아니라 자산의 질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은행들은 규모가 영세할 뿐아니라 대규모 부실자산을 안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은행의 대출심사기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부실자산은 줄어들지 않을 것 이다. 우리 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자그마치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올들어서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와 그에 따른 은행부실화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자금조달 금리가 오르고 자금조달 자체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올 상반기중의 국내은행 업무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금융감독당국에서 대손충당금 등 제충당금의 적립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들은 올해에도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특히 한보 삼미 진로 기아 등등 대기업의 부도(부도유예)로 거래은행마저 자본잠식의 우려가 있다. 몇몇 은행은 이미 거액의 특융지원을 한국은행에 요청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사 S&P사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 주요 시중은행 및 정부은행까지 「요주의」대상에 올려 놓고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해외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 틀림없다.

은행의 부실화요인은 그 밖에도 국내은행의 고비용저효율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은행들은 비대한 조직, 경직적인 노사관계, 고임금 등으로 인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라기 보다는 국영기업체나 사회보장기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은행마다 다수의 금융자회사들을 갖고 있으나 이들의 수익성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은 돈벌이 보다는 은행 임직원들의 노후를 위한 자리만들기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은행 부실경영의 근본적인 원인은 종래의 과도한 금융규제, 느슨한 감독체제, 그리고 책임경영체제의 미흡 등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부채의존 경영 및 경영의 투명성 부족도 최근의 대기업 부실여신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으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99년부터 우리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되고 국내은행은 세계의 유수한 거대은행들과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벌이게 된다.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우선 은행에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은행의 소유구조를 개선하고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칫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할 경우 은행의 사금고화로 재벌과 은행의 동반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그밖에 은행의 매수합병을 촉진하고 금융전업기업가를 육성하자는 주장도 있다.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체제를 개편·강화하는 것이다. 금융감독기능의 강화는 물론 국내감독기준을 국제기준으로 끌어 올리고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들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및 여신관리제도의 강화로 현재와 같은 은행들의 재벌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은 너무나 느슨해서 금융부실을 예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은행 부실대출의 분류기준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감독당국이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기관의 국제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감독당국이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대손충당금, 유가증권 평가충당금 등의 적립기준도 은행의 대외신용도를 높이는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관성있고 신뢰성있는 금융정책 및 감독정책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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