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이 내 조카” 안도도 잠시 금세 망연자실/대한항공 현장과 먼 콘도배정에 유가족 항의도대한항공 특별기로 괌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7일 상오 사고현장과 생존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오가며 통곡했다.
○…이날 새벽 3시30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괌에 도착한 유가족 303명은 대한항공측이 마련한 만길라오시의 라데라리조트타워에서 잠시 머문 후 아침도 거른채 퍼시픽 스타 호텔 2층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날이 밝자마자 합동분향소를 찾으려 했으나 대한항공측이 교통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숙소에서 걸어나오다 교민들이 제공한 승용차편으로 이동했다.
○…미해군병원 2층 응급실의 부상자 7명은 대부분 얼굴과 몸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을 뿐 비교적 부상정도가 덜한 편이었다. 이들은 사고기 앞부분과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들로 동체 중간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할 수 있어 화상은 입지 않았다. 이들은 가족들이 이날 아침 응급실에 나타나자 불편한 몸을 약간씩이라도 움직이며 『엄마,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가족들의 지나친 접근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조카 「김지영」과 같은 이름이 탑승자 명단에 한사람 더 올라있는 반면 생존자 명단에는 1명만 올라 있어 애를 태웠던 송상흠(49)씨는 보도진으로부터 『미해군병원에서 치료중인 학생은 서울 대치중 1학년생인 김지영양』이라는 말을 듣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송씨는 김양을 제외한 김양 부모 등 일가족 3명의 이름이 없자 금방 망연자실해 했다.
○…사고기에 탑승한 괌 교포 김창호(48·사업)씨의 딸 효진(19·대학생)양은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항공사측에서 날씨 탓을 하지만 주위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말도 안된다』며 『조종사의 잘못이 아니냐』며 원망했다. 컴퓨터 판매업을 하는 김씨는 사업차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 후 대기인 명부에 올려져 기다린 끝에 겨우 탑승했다가 변을 당해 가족을 더욱 애통하게 했다.
○…유족들은 괌 공항에 도착한 후 대한항공측이 분향소가 마련된 퍼시픽 스타 호텔 대신 사고현장이나 병원 등에서 멀리 떨어진 라데라 콘도로 숙소를 정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들은 대한항공측이 생존자의 가족들을 병원으로 보내기 위해 분리하려 하자 『왜 탑승자 가족들을 떼어내려 하느냐』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숙소로 제공된 콘도를 거부하고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퍼시픽 스타 호텔로 향했다.
○…괌 거주 교민들은 사고직후부터 합동분향소를 지키며 슬픔에 젖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안내를 하는 등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하고 있다. 거리의 상점에는 「대한항공 사고로 인한 구호활동관계로 당분간 쉽니다」라는 메모가 곳곳에 붙어있는 등 생업을 중단한 채 구호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한인회측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줄 것」 「언제라도 도와줄 수 있는 자세를 가질 것」 등의 메모를 복사해 돌려보며 유가족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했다. 병원에는 현지 교민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의료진에게 부상자의 상태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을 통역해 주기도 했다.
○…괌 현지 KAL 직원인 조은영(27)씨는 이번 사고로 오빠 귀영(29)씨를 잃었지만 대책본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오빠 귀영씨는 괌의 서울 리젠시 호텔 지배인으로 서울에 휴가차 다녀오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은영씨는 1남2녀를 둔 오빠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틀째 사고대책본부에 나와 유해신원 확인작업을 돕고 있다. 조씨는 『마냥 울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첫째 오빠가 한인회 고문으로 있는 등 가족 대부분이 사태수습 활동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괌=특별취재반>괌=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