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가능성에 일단 무게/당시 기상 「이변」 설득력/관제사 미숙한 유도명령/무리한 수동착륙도 제기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가 발생한지 48시간이 흘렀지만 항공전문가들도 사고원인에 대해 교과서적인 추정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다른 항공기 추락사고와 달리 정황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원인추론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보상책임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한항공측과 괌 아가냐공항, 사고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등 사고 관련자들은 벌써부터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추측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 미뤄볼 때 사고현장의 국지적인 기상돌변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조종사는 『사고지역은 밀림산악지역인데다 사고 당시 열대성 소나기가 내렸고 주변에 태풍이 북상하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갑작스럽게 발생한 돌풍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악지대를 타고 직경 4∼5㎞ 규모로 3∼4분동안 갑자기 발생하는 돌풍에 말려들 경우 기체가 수직으로 급강하하고 조종사는 항공기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착륙을 앞두고 기체고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돌풍에 사로잡히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사고 항공기가 승객들에게 착륙예고까지 한뒤에 갑자기 추락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이같은 추론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항공사측 스케줄을 의식한 조종팀의 무리한 수동착륙시도와 아가냐공항 관제사들의 미숙한 유도명령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어둠과 악천후로 시정이 극히 짧은 상태에서 조종팀이 통상적인 계기비행(컴퓨터 항법장치 등 장비에 의한 자동비행)을 할 경우 「착륙불가」판단이 내려질 것을 우려해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아가냐공항측은 조종사와 관제탑간의 마지막 교신내용을 일절 함구하고 있어 유도명령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항공기와 아가냐 관제탑과 교신으로 보도한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Wrong)』라는 말은 아가냐공항측이 대한항공 본사에 알려온 통화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초기에 대한항공측이 제기한 아가냐공항의 착륙유도장치인 활공각 유도장치(Glide Slope)고장에 대해 대부분의 항공전문가들은 『결정적인 사고원인으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의 조종사들은 이미 괌공항의 유도장치 고장사실을 조종사통지사항(NOTAM·Notice to Airman)으로 알고 대비하고 있었고, 사고가 난 보잉 747―300B는 84년 도입된 비교적 낡은 기종이지만 활공각 유도장치 없이도 착륙하기에는 충분한 장비가 장착돼 있다는 것이다.
또 사고기 기장인 박용철(44)씨는 보잉기만 4천7백87시간을 운항한 경험이 있는데다 부조종사 항법사 등 조종팀이 3명이나 타고 있었기 때문에 계기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국제노선중 비교적 쉬운 노선으로 분류되는 괌노선에서 비행착각(버티고·Vertigo)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동료조종사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론 모두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는데는 허점이 많아 섣부른 추측보다는 블랙박스 해독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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