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라. 그러면 기업은 살려주겠다』『못나간다. 어떻게 일군 기업인데 엉뚱한데로 넘기려 하느냐』
기아그룹과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단이 김선홍 기아회장의 퇴진문제를 놓고 사활을 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채권단은 『기아그룹을 좌초시킨 최고책임자는 김회장이다. 실패한 최고경영자에게 다시 거액의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측은 이에 대해 『잘했건 못했건 김회장은 그룹의 구심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김회장마저 나가면 그룹은 완전히 와해되고 말 것이다. 나가더라도 긴급사태를 수습해 놓은 다음 나가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기아와 채권단간의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이같은 불신의 벽을 없애줄 「선의의 중재자」로서의 정부역할이 없다. 가히 무정부상태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불개입타령만 계속하고 있다. 불개입이 방관을 의미하지는 않을텐데…. 정부의 존재가치가 의심스런 지경이다.
강부총리는 지금이라도 김회장을 만나봐야 한다. 은행장들만 만나 그들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전에 약자의 위치에 있는 김회장의 하소연을 한번쯤 들어봤어야 했다. 김회장이나 기아그룹을 위해서가 아니다. 기아사태로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선량한 국민(중소기업)들을 위해서다. 만약 삼성이나 현대가 기아처럼 되었더라도 뒷짐만 쥐고 있을 것인가. 또 부산 마산 등의 지역경제가 공황상태로 빠져들어도 방관하고 있을 텐가.
김회장의 백기투항은 시간문제인것 같다. 회사금고는 텅비어 있고 어음도 돌지 않는다. 협력업체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임직원들은 언제 봉급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천하장사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굴욕적일 수 밖에 없는 백기투항은 기아사태의 해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기아를 인수합병을 시키더라도 한을 심어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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