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01편기의 추락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한미 합동조사가 실시되면서 엇갈린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항공사의 잘못인가, 공항측의 잘못인가 하는 다툼이다. 사고기가 그 전부터 무리한 운항을 계속해왔다는 점, 악천후를 만난 기장이 착륙과정에서 판단실수를 했을 수 있다는 점, 아가냐공항의 관제기능에도 이상이 있었다는 점등이 사고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어떤 경우라도 항공사로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하지만 앞으로 사고원인이 무엇으로 드러나는가에 관계없이 이번 조사는 진상 규명과 처벌, 법적 책임소재 규명에만 중점을 두고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항구적인 사고재발 방지책 수립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영토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우리 정부조사단의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기본인식을 갖추고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최선을 다해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항공안전과 관련된 각종 법령과 기구, 안전의식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대 항공국 안에 들 만큼 항공수요가 폭증하고 항공기의 숫자도 늘어났다. 하지만 안전부문에서는 과연 세계 몇 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항공기술과 시설, 항행체계 및 항공사·종사자들의 의식을 살펴보면 아직도 우리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6일에도 대한항공기가 오사카에서 이륙직후 엔진이상으로 회항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민항기는 아니지만 F16전투기 1대가 훈련비행중 엔진고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항공안전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기구는 아직 없다. 항공사고 조사와 안전업무 점검을 맡고 있는 정부기구는 건설교통부 항공국 항공기술과로 인원이 4명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직제 개편에 따라 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쳐진 이후에는 항공안전업무의 비중이 오히려 낮아진 측면이 있다. 항공안전을 강화하도록 감시감독기구를 신설하거나 기존 기구를 격상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항공사로서는 당연히 정비를 철저히 하고 무리한 운항을 자제하는 등 안전확보를 위한 단기대책을 철저히 시행하면서 장기적으로 전문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또 두 국적항공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모적 가격경쟁이나 노선다툼과 같은 구태를 지양하고 서비스와 안전으로 경쟁을 벌이는 새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비기술 등 항공안전에 관한 최신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하는 등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 항공여행자들의 편의를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와 항공사는 이번 참사가 특정항공사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의 사고라는 인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항공사고 다발국가」라는 치욕적인 오명을 벗어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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