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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의 가족 생각에 병상은 눈물바다/괌 참사 생존자 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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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의 가족 생각에 병상은 눈물바다/괌 참사 생존자 가족 상봉

입력
1997.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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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아내·딸 껴안고 “내가 지옥갔다온듯”/부인·아들 잃고 딸 곁서 넋잃은 아버지도대한항공 801편에 탔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승객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괌의 미 해군병원은 7일 기쁨과 비탄으로 덮였다. 801편이 추락한 니미츠힐 인근에 있는 미 해군병원 응급실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던 가족들이 생존가족들과 나누는 재회의 기쁨과 이미 유명을 달리한 가족을 생각하며 울부짖는 비탄이 뒤섞여 눈물바다를 이뤘다.

생존자 가족들은 이날 새벽 특별기와 정기편으로 괌에 도착, 상오9시께 미 해군병원을 찾았다. 가족들이 병원에 들어섰을 때 미 해군 의료진은 응급실에서 생존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이용철(27)씨는 응급병동 2층 B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던 형 용호씨를 발견하곤 와락 껴안으며 『형, 살아있었구나』하고 외쳤다. 용철씨는 직장 후배와 함께 괌여행을 떠났다가 불귀의 객이 될 뻔한 형 앞에서 눈물을 삼키지 못했다.

전신에 심한 찰과상을 입은 형 용호씨는 붕대를 감은 얼굴로 미소를 띠며 오히려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한순간 감정이 복받쳐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형 용호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묻는 동생에게 『「쿵」하는 충돌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깨어보니 병원이더라』고 말했다.

형제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생환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건너편 침대 곁에서는 괌 교민 심기민(34·미국명 앤드류 심)씨가 6일 상오 11시께 생존자중 맨 마지막으로 구조된 부인 구자경(30·여·미국명 제이미 심)씨와 딸 지은(6)양의 손을 꼭잡고 있었다. 2번 좌석 A, B석에 앉아있던 구씨와 지은양은 사고 10시간뒤에야 구조됐지만 기적적으로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구씨는 『「곧 착륙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온 뒤 「쿵」하는 충격과 함께 비행기가 멈춰섰다』며 『정신을 차린 뒤 비행기 창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당시 구씨가 지은양을 가슴에 품어 목숨을 구했다고 전했다. 남편 심씨는 『아내와 딸이 지옥에 갔다온 것이 아니라 내가 갔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인과 아들을 잃은 대한항공 괌 영업지점장 박완순(56)씨는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살아남은 딸 주희양 옆에서 넋을 잃고 있었다. 박씨는 침대옆 의자에 앉아 얼굴을 감싼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부인과 아들을 잃은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주희양은 아버지의 심정도 모른채 아픈 몸을 누인 채 잠들어 있었다.

4층 건물인 미 해군병원은 아가냐 언덕 괌주지사 공관옆에 위치해 있으며 화상을 입은 중상자들은 3층에, 비교적 경상인 생존자들은 2층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존자 가족들은 통역 자원봉사를 나온 교민과 학생들을 통해 미 해군 의료팀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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