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소재로 한 전시회들 잇따라자신이 만든 가부장의 틀 속에서 신음하는 존재, 욕망의 늪 속에서 헤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 적어도 요즘 그림속에서 남성의 모습은 그렇다.
남성성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12일까지 인사갤러리(02―735―2655)에서 계속되는 「백진만전」,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10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공성훈 개인전:발버둥」, 28일까지 서남미술관(02―3770―2672)에서 마련된 「이상원전」.
일그러진 이 시대의 남성상을 만나보자.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인체모형의 머리나 성기 등을 아크릴 구로 감싼 백진만씨의 작품은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박혀 옴싹달짝 못하는 이 시대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제를 형상화하는 기법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지만 남성중심 사회에 대한 반성적 논리가 이채롭다.
공성훈개인전은 프로젝터 80개를 통해 영상이미지를 벽에 투사하는 특이한 형식의 전시다. 사회의 규범으로부터,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하는 남성의 해방욕구는 바로 구체적인 발버둥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로젝터를 이용한 「추락」, 자신의 나신을 찍은 후 사진의 몸통과 다리를 분리해 이어붙여 마치 지네를 보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사진콜라주 「다지류」 등. 욕망 덩어리 남성을 보는 것 같다.
공포영화 「캔디맨」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연출된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이상원. 구체적 육체의 모습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너무 허무하고 고독해 차라리 유령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소외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전시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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