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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들 어디갔냐” 통곡 실신/KAL기 추락참사­유족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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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들 어디갔냐” 통곡 실신/KAL기 추락참사­유족 표정

입력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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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 여권발급 고압적” 도로점거 시위/특별기 탑승 유족 1명으로 제한에 항의○…대한항공측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중앙교육연수원 2층 로비에 유가족대책본부를 마련하고 가족들의 탑승객 및 생존자 확인작업과 특별기 탑승 신청을 받았다. 유가족대책본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탑승객 가족들로 하루종일 발디딜 틈도 없는 대혼잡을 빚었다. 그러나 공항측의 준비부족 등으로 한동안 탑승사실 조차 확인하기 힘들어 가족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탑승자 가족들은 대한항공측이 마련한 식사 등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식음을 전폐한 채 로비에 설치된 대형 TV 등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더구나 하오 1시께 생존자수가 당초 6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줄어들자 곳곳에서 한가닥 희망을 품었던 가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탑승객 박지아(25·여)씨의 어머니 박난희씨는 딸의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그자리에서 쓰려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가족 300여명은 하오 6시50분부터 40여분동안 대책본부앞 공항로 왕복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외무부 직원이 대책본부에 와서 여권발급을 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로 엄청난 인원이 숨졌는데도 외무부 당국이 외무부로 직접 찾아와 여권을 발급받으라고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외무부가 협조, 대책본부에서 여권을 발급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측은 이에 대해 『신원확인 등 여권발급을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무부가 유가족들의 직접 방문을 요청하고 있어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TV를 보고 동생 손선녀(22)씨의 탑승과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왔던 선화(25·상업)씨는 대한항공측이 제시한 탑승자 명단에 「송선녀」씨의 이름밖에 기재돼 있지 않아 혼동을 겪어야 했다. 또 한진그룹 설계팀으로 출장길에 올랐던 유승재(28)씨의 생사를 확인하러 나왔던 유씨의 어머니 김종순(54)씨는 「유성재」로 기록된 이름을 보고 『성재가 아니라 내 아들 승재는 어디갔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러한 혼동은 대한항공측이 탑승카드에 적힌 영문이름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대한항공측은 뒤늦게 가족들의 양해를 구했다.

○…낮 12시께부터 이날 하오 괌으로 출발한 특별기편에 탑승할 가족들의 신청을 받느라 혼잡이 가중됐다. 특히 사고기 탑승자들이 휴가차 친구들이나 회사동료와 함께 단체로 여행을 떠난 경우가 많아 특별기편 탑승신청에 함께 갈 가족을 찾는 발길로 혼잡이 이어졌다. 일부 가족들은 대한항공측이 가족당 1명으로 탑승자를 제한한다고 밝히자 거세게 항의했다. 생존자로 확인된 전영(22)씨의 아버지 전봉호(48)씨는 『딸을 간호하려면 적어도 두사람은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굳이 한명으로 탑승자를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측은 한가족당 대한항공 직원 1명을 배정, 전담토록 했으나 담당직원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많아 짜증만 더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측은 마이크 등을 이용, 가족들과 담당직원을 일일이 불러 연결시키려 했으나 대책본부에 도착하지 않은 직원들이 많아 가족들이 애를 태웠다. 이정재(43·경기 군포시 산본동)씨 일가족 4명의 생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책본부를 찾은 김대근(43·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1시간동안 10번이나 방송을 했지만 대한항공측의 담당직원을 만날 수 없었다』며 『탑승객 가족들을 돕겠다는 것인지 골탕먹이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본부에는 적십자 자원봉사단원들이 나와 가족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했다. 김필만(37·여) 대한적십자사 등촌3동 봉사회장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전해듣고 무엇이든 돕고 싶어 무작정 나오게 됐다』며 『유가족대책본부가 문을 닫을 때까지 순번을 정해 계속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이 기절하는 만일의 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구조단 단원들도 나와 대기했다.

○…연예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조카 박윤정(23·여·서울 금천구 독산본동)씨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 코미디언 백남봉씨는 『모델 일을 하는 윤정이가 미리 떠난 친구들과 합류하기 위해 5일 하오 괌행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또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민간인구조대장을 했던 탤런트 정동남(47)씨도 약혼녀 등 친구 3명과 함께 괌으로 여행을 떠난 선배아들 황승현(26·경기 이천시 중리동)씨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대책본부를 찾았다.<박일근·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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