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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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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논 가운데로 오리떼가 헤엄쳐 나간다. 냇물이나 호수에 떠 있어야 할 청둥오리들이 먹이를 찾아 벼포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다. 얼마 전 TV에 소개된 오리농법은 오리를 논에 풀어놓아 해충과 잡초를 제거하는 무공해 영농법이다. ◆해충과 잡초만 없애 주는 것이 아니다. 오리들의 배설물이 유기비료 역할도 해주어 농약은 물론이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좋다니 일석이조이다. 쌀은 일반미보다 비싸게 팔리고, 모내기 때 주는 퇴비의 작용으로 지력이 되살아나고, 농사가 끝나면 오리를 처분해 또 다른 이득을 볼 수 있으니 일석오조인가. ◆3년전 3천5백평의 논에서 이 농법을 시작한 경기 안성군 고잔농협 지역에서는 올해 오리농법 논 면적이 15만평으로 급증했다. 첫해에는 오리 사육장 시설비가 좀 들지만 이듬해부터는 계속 이용할 수 있고, 오리값 사료값은 농약값 비료값과 비슷해 생산비는 별 차이가 없어진다. 올해 전국의 영농면적은 70만평 정도. ◆이런 획기적인 무공해 영농법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국제적인 정보교류 모임도 활발해졌다. 지난달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는 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의 관계 농민들이 참석한 두번째 영농법 연찬회가 열렸다. 각국 영농법의 장단점 비교분석, 판로 공동모색, 새로운 정보교환을 위한 동업자 연찬의 자리였다. ◆문제는 판로이다. 일반미보다 가마당 5만∼6만원 비싸게 시장에 나온 「오리쌀」의 무공해성을 믿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아 판로가 제한돼 있다. 정부나 농협이 적극 권장하고 품질을 보증하면 수요가 늘고, 그러면 생산도 늘어 값도 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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