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기 추락참사는 국민들을 경악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고는 대한항공 007편기가 83년 9월1일 구소련 전투기에 의해 피격,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가장 희생자가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테러나 피격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이처럼 사망자가 많으니 놀랍고 비통한 일이다. 여름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난 가족단위의 희생자가 많아 사고는 더 비극적이다. 날벼락같은 사고로 졸지에 가족과 친척을 잃은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사고기의 블랙박스가 회수됐으므로 이르면 1주, 늦어도 한달이면 경위가 밝혀지겠지만 현재는 악천후설, 기체이상설, 관제장비 이상설 등이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기상은 캄캄한 한밤에 적란운에 의한 스콜과 안개가 겹쳐 시계가 1.6㎞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또 괌의 아가냐국제공항은 관제장비 등에 문제가 있어 오래 전부터 사고위험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악천후때 착륙을 지원하는 글라이드 슬로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는 대한항공이 84년말 도입한 B747―300B기종으로 조종사의 손에 의존하지 않고 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항공기의 ILS(계기착륙장치)와 전파통신을 통해 기체의 진입각도를 바로잡아 주어야 할 활주로의 ILS는 고도측정유도장치가 고장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한 사실로 미루어 이 공항의 관제장비 이상이 주원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체의 결함과 조종사 실수, 기상악화 등 갖가지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지는 않다. 모든 요인이 겹쳐서 발생한 복합사고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중인 정부와 대한항공은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인명구조와 부상자 후송, 유족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고지역 관할국인 미국과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하겠다. 또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계없이 휴가철 항공승객의 안전수송을 위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서객이나 관광객이 급증하면 항공기를 증편운항하면서 안전수칙에 소홀해지기 쉽다. 실제로 그동안 일어난 주요 항공기사고는 테러나 폭발에 의한 사고를 제외하면 주로 여름철에 발생했다. 기상조건이 나쁜 경우가 많은데도 늘어나는 승객수요에 대응하느라 무리한 증편 등은 하지 않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일이다.
이번 참사로 항공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항공기는 2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를 내 600여명이 희생된 바 있다. 더 이상의 불행이 없도록 항공운항의 전반적인 사항을 면밀하게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대형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재난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사회 전체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