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들중에는 일가족이 유난히 많아 안타까움을 더해줬다.대한항공 탑승객 명부의 주소를 대조한 결과, 국민회의 신기하 의원 부부, 노무라증권 한국지사 박정실(41·서울 서초구 잠원동) 차장의 일가족 4명 등 부부나 자녀를 대동한 일가족 여행객이 80명은 더 돼 보였다. 신의원은 부인과 광주 동지구당 당직자 22명과 함께 하기 연수를 위해 괌으로 가던 중이었으며 박차장 부부는 박차장이 지난해말 회사에서 사원 인기투표에서 1등으로 뽑혀 받은 3박4일짜리 괌여행 티켓으로 두 딸과 함께 관광을 떠나다 변을 당했다.
주소와 여행목적을 동일하게 기재, 신혼여행객으로 보이는 김진화(32·회사원)씨와 권진혜(24·여·주부)씨 등 젊은 남녀여행객이 서너쌍이나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는 신혼여행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된 셈이다.
탑승객 변여미(28·삼성출판사 직원) 선미(20·중앙대 재학)씨 자매는 최근 부친상을 치른 뒤 슬픔에 잠겨있던 어머니 조도자(55)씨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괌여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아직까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보경(27·여)씨는 남편 이철수씨와 외아들 승효군과 함께 노모를 모시고 괌에 사는 언니를 만나러 갔다 사고를 당했고, 한솔화학 부장 김증철(40)씨는 부인 정순용(37)씨와 아들 태준(9)군, 딸 지영(12)양과 함께 휴가를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었다.
사고기에 탔던 수원 곡선초등학교 교사 현영숙(46·여)씨는 딸(16)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남편 김용만(48)씨는 『1년동안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여행비를 마련해 고교에 진학한 딸의 사기를 올려주겠다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아과 의사 부부인 한창희(38·대구 수성구 시지동 동서우방아파트)씨와 부인 이승은(31)씨는 각기 운영하는 병원을 휴업하고 동생 한봉희(34·의사)씨와 어머니(72), 딸(4) 등 일가족 5명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괌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한씨의 이웃들은 『한씨부부가 평소 아파트내 어린이들이 아프면 밤에도 무료로 치료해 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한씨 가족의 불행을 안타까워했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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