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어떻게 이런 일이…” 침통/“미군 적극구조·후속조치 협조 요청”김영삼 대통령은 6일 새벽 3시30분께 청와대 관저에서 김용태 비서실장과 조홍래 정무수석, 반기문 외교안보수석으로 부터 각각 전화 보고를 받은뒤 정확한 진상파악과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김실장 등의 보고에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정말 큰일났다』며 매우 침통해 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이어 새벽 5시께 2차 보고를 받았으며 상오 9시 30분 신임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뒤 곧 바로 고건 총리와 관계장관들을 소집,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탓인지 임명장 수여식 때 김대통령은 굳은 표정이었으며 어느 때 보다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전날 개각을 계기로 김대통령 임기말을 온전히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대형참사가 발생하자 무척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2시20분께 미국 CNN방송을 모니터한 외교안보상황실로부터 사고상황을 보고 받았던 김용태 실장은 김대통령에게 종합보고를 마친뒤 상오 7시부터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책회의에는 입각으로 공석중인 공보, 행정수석 외에 휴가중인 김인호 경제수석이 불참했는데 전날 지방으로 떠났던 김수석은 급히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이날 새벽 3시께 자택에서 1보를 접한뒤 곧 바로 청와대로 나와 긴급대처에 나선 반기문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해 주도록 현지공관을 통해 요청했다』며 『괌의 태평양사령부 등이 적극적으로 구조와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미국 본토는 낮이라 미 정부의 각종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며 『각종 외교경로를 통해 계속 협조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관계장관 소집 “사고수습 만전”/비상연락망 가동 등 시간대별 상황점검 나서
정부는 괌에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하자 93년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사고를 떠올리면서 부처마다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고건 총리는 이날 새벽 3시께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총리실상황실을 통해 추락사고를 보고받고 『정부종합청사 당직총사령실을 통해 외무 건교 및 총무처장관에게 연락, 새벽 5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새벽 4시50분께 청사로 출근한 고총리는 상오 5시 정각 총리집무실에서 유종하 외무, 이환균 건교, 김한규 전 총무처장관 등과 함께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유 외무장관은 외무부 상황실에서 사고 내용을 파악하고 자료를 챙기느라 회의 초반에는 불참하기도 했다. 침통한 분위기속에 20분동안 열린 대책회의에서 고총리는 건교부에 중앙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외무부에 해외대책반을 설치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고총리는 이어 상오 7시30분 조찬을 겸해 김동진 국방부장관 등 관계부처장관이 망라된 확대 관계장관회의를 다시 열어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사고수습 채비를 갖추었다.
이와함께 노동장관으로 입각한 이기호 전 총리행조실장, 조건호 총리비서실장과 한정길 제2행정조정관 등 총리실 직원들도 상오 4시께 일제히 청사로 출근, 관계기관과의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총리실관계자들은 『개각 직후 이런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하루빨리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후 고총리는 청와대로 가 김대통령과 사고대책을 논의한 뒤 집무실로 돌아와 총리행조실 안전관리 담당부서를 통해 시간대별로 사고수습과정을 점검했다.
◎외무부/현지와 긴밀연락 ‘비상근무체제’/사고원인 조사·생존자 파악 등 긴급훈령 보내
외무부는 이날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현지공관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외무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정보상황실을 중심으로 유종하 장관을 비롯, 간부직원들에게 비상연락을 취하고 청와대와 총리실 등 관계부처에 상황을 전했다. 또 주 아가냐 총영사관 등과 연락을 취하며 사고경위 및 생존자 파악에 나서는 한편 주 미 대사관에 긴급훈령을 보내 사고원인 조사와 생존자 및 부상자 치료를 위해 미국정부의 협조를 요청토록 지시했다.
유장관은 이날 상오 3시께 상황실에 도착, 사고경위 및 생존자 파악과 부상자들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현지공관에 긴급 훈령했다.
외무부는 이날 생존자 숫자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외무부는 이날 상오 55명이 생존했다고 발표했으나 하오에는 30명이 생존했다고 정정발표했다. 더욱이 같은 시각 대한항공측이 생존자를 60여명으로 발표, 사실을 확인하느라 아가냐 공관에 직접 연락해 사실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홍정표 2차관보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 박완순 괌지사장이 아가냐공관에 생존자를 잘못 보고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생겼다』며 『대한항공측이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경상자들이 호텔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해명했다. 홍차관보는 특히 『박지사장이 항공기추락사고로 부인과 자매를 잃어 경황이 없는 과정에서 사고상황을 파악해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장관은 이날 하오 생존자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3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다』며 『이같은 숫자는 아가냐공관과 괌미군사령부와의 핫라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손태규·권혁범·이영섭 기자>손태규·권혁범·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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