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리 내린천 거슬러 가을이 몰래 익는 곳/이름만큼 아름다운 맑은 물,쓸쓸한 계곡/서늘한 바람타고 찰옥수수 알알이 영그는 강원도의 숨겨진 땅옥수수 잎새가 바람결에 너울거리는 모습을 보면 불현듯 가을을 연상하게 되고 마음은 어느새 고향길을 달려간다. 옥수수 산지인 강원도 산간에서 찰옥수수가 영글어 제맛나는 계절이 됐다. 강원도 찰옥수수는 휴가가 끝날 무렵에 익는다. 이미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길에서 사먹은 것은 올강냉이로 일찍 영글지만 진짜 찰옥수수는 아니다.
강원도 찰옥수수는 알이 희고 굵으면서 고르다. 금방 따서 삶아 놓으면 마치 설탕을 넣은 것처럼 달고 손에 착착 달라 붙을 정도로 차지다. 찰옥수수는 토양과 기후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난다. 같은 씨앗이지만 낮에는 땡볕에 길다란 잎새가 축축 늘어지도록 햇빛을 받아내고 해가 지면 서늘한 산바람에 갈잎소리가 서걱서걱 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는 강원도 산밭이 재배에 적지다.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은 내린천 200여리의 한가운데 들어 있는 오지다. 산세가 아름다워 미산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골마다 맑은 물이 흘러내려 내린천의 지천을 이루고 있어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5일을 고비로 피서인파가 한물 빠져 나가 정작 좋은 때는 지금부터다. 미산계곡은 저녁이면 긴 소매 옷을 걸쳐야 되고 무엇이든 덮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서울에 비해 봄은 한달 늦고 가을은 한달쯤 빠르게 온다.
밥상에는 햇감자 삶은 것이 밥에 얹혀 나오고 살이 오를대로 오른 민물고기조림을 밑반찬으로, 직접 만든 손두부와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보태진 상차림은 이미 가을 분위기다. 간식으로 삶아 내놓는 찰옥수수 맛 또한 일품이다.
포슬포슬 김이 오르는 따끈한 감자도 제맛이고 한알씩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영글은 질감과 씹을수록 쫄깃하고 달콤한 여운이 입안 가득히 배어나는 즐거움은 강원도 찰옥수수가 아니고는 찾기 어렵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면 미산계곡을 찾아 하룻밤 묵으며 휴가계획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옥수수 삶은 것을 한움큼 들고 한알 두알 뜯으며 냇가를 산책하며 시원한 물소리에 세상만사를 잠시 잊고 지내도 좋고, 한 바구니 차에 싣고 동해안으로 가도 좋다.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일도 없고 야영하는 사람들에 한해 오물수거비를 받는 것을 보면 마을 인심도 짐작할 만하다.
◎먹을 거리/쫄깃한 옥수수 고향의 맛
남미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라는 옥수수는 강원도 산간에 적응해 독특한 맛을 내는 찰옥수수로 토착, 양식 또는 간식거리로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특히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고 그대로 삶아 따끈따끈한 옥수수알을 한줄씩 따먹는 즐거움은 누구의 마음에도 향수처럼 깃들어 있다.
미산리 산비탈 찰옥수수는 강원도 찰옥수수 중에도 맛이 뛰어나다. 다만 꼭꼭 씹어 먹어야 맛이 더하고 소화 흡수력도 증가된다.
◎가는 길/홍천→서석→상남 비교적 한산
성남에서 이천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로 곤지암까지 간 다음 곤지암 사거리에서 상품리를 거쳐 이포대교로 빠져 광탄에서 경강국도와 손 잡으면 팔당호 일대의 체증을 피할 수 있다. 다시 홍천에서 철정까지 오르지 말고 홍천교를 건너기 전에 우회전하여 동면과 서석을 거쳐 서석 초입에서 이정표를 따라 상남으로 들어가면 휴가가 절정인 때도 4시간이면 무난히 도착한다. 미산에서 동해안으로 나가려면 한계령을 거쳐 낙산으로 가는 길과 운두령 속사 교차로를 거쳐 강릉으로 나가는 두 길이 있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이나 상봉터미널에서 현리행 직행버스를 타고 상남에 내려 전화를 걸면 민박집에서 차를 보내준다. 미산리 민박 1호집 (0365―461―6921), 2호집(0365―461―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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