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먼저 피해라” 잔해속 엄마는 숨져『너 먼저 피해』
마쓰다 리카(송전리가·11)양은 한국인 엄마의 절망에 찬 목소리를 뒤로하고 처참하게 부서진 비행기를 정신없이 빠져나왔다. 추락직후 아수라장이 된 기내에서도 엄마는 딸의 안전만을 걱정하는 모성애로 담담히 죽음과 대면한 것이다. 리카양은 곧 구조대의 눈에 띄어 시내의 병원으로 후송된 뒤 한참만에야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실감할 수 없었다.
리카양은 일본인 아버지 마쓰다 다쓰오(송전진웅·45·회사원)씨와 어머니 조성녀(44)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예년에도 그랬듯이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의 고향 서울 집에 들러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국의 여름을 더 즐기려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들 모녀는 하와이로 갈 예정이었으나 표를 구하지 못해 괌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처의 실종과 딸의 생존. 희비가 엇갈린 마쓰다씨가 일본에서 전화를 걸어 엄마 소식을 물을 때 리카양은 『엄마가 먼저 피하라고 했어』라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살리고 끝까지 격려해준 엄마의 웃음 띤 모습은 결국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 덕분에 리카양은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입술이 약간 찢어지고 몸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을 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 온 소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전한 모습이라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다만 충격때문인지 가끔 말을 잊고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곤 한다는 것이 병원관계자들의 말이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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