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시인 노천명(1912∼1957)은 그의 시구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처럼 비극적 생을 살다 갔다. 일제말기의 친일시 파문, 6·25당시 부역 혐의로 인한 6개월간의 감옥생활, 평생 독신을 고집하다 마흔여섯 나이에 거리에서 쓰러져 재생불능성 빈혈로 쓸쓸히 맞은 죽음.이런 이력 때문에 가려져 있던 그의 문학의 전모를 아우른 「노천명 전집」(솔 발행)이 나왔다. 1권 「사슴」은 「산호림」 「창변」 「사슴의 노래」 등 기존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 전부와 새로 발굴한 시 9편을 묶었다. 2권 「나비」는 산문집 「산딸기」 「나의 생활백서」에 실린 글과 발굴작품 7편을 수록한 것. 김윤식 서울대교수 등이 편집·해설을 맡았다.
「날개」의 이상보다 한살 아래, 여성시인의 불모지였던 1930년대 시단에 모더니즘의 경향을 지니면서도 고향(황해도 장연)의 민족 고유어에 바탕을 둔 전통적 정서의 시를 발표하며 사실상 현대 한국여성시의 출발을 알렸던 시인. 이념의 그늘에 묻혀 있던 노천명 문학의 실상을 보여주는 전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