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5일 단행한 개각은 한마디로 오는 12월 치러지게 되는 15대 대통령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내각의 출범이라 할 수 있다. 비록 11개부처의 장관이 교체돼 숫자상으로 보면 중폭 정도의 규모이긴 하나 내각의 수장격인 고건 총리가 유임되고 국정의 핵심부서인 경제팀과 통일·외교안보팀이 전원 유임됨으로써 사실상의 보각성격이 짙다고 봐야 할 것이다.사실 이번 개각수요는 신한국당 당적을 가진 각료들과 의원겸직 장관들을 교체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었던 만큼 당초부터 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돼 왔었다. 김대통령은 이들을 내각에서 후퇴시킴으로써 15대 대선에서 야당측으로부터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불공정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교체내용을 볼 때 과연 이번 개각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드는 구석도 없지않다.
우선 내각의 수장격인 고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그가 임명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데다 총리를 다시 교체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팀웍의 훼손을 막으려는데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두 부총리가 포진하고 있는 경제팀과 통일·외교안보팀을 유임시킨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경제팀에 지속적으로 현안타개의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경제난해결에 역점이 두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번 개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무1장관에 무소속 홍사덕 의원을 기용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정무1장관이라는 자리는 당정관계, 또 정부와 야당의 관계를 연결하는 정치적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그의 기용이 갖는 의미는 퍽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야당들도 이번 개각이 정치색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김대통령 임기중 사실상 마지막이 될 새팀이 해야 할 일은 실로 막중하다. 엄정한 대선관리에서부터 임기말과 대선을 앞두고 더욱 심화될 국정이완과 이로 인한 사회기강해이, 대기업도산에 겹친 경기침체 등 바로 잡고 다듬어야 할 일들은 많다. 새 진용으로 새출발하는 고건 내각이 이 모든 것들을 차질없이 수행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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