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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할머니들과 반가운 만남/훈 할머니 고국방문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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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할머니들과 반가운 만남/훈 할머니 고국방문 이틀째

입력
1997.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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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날줄 몰랐다” 울먹거려/떡국·김치먹은 어린시절 회상도【인천=이진동 기자】 인천 길병원에서 고국방문 이틀째를 맞은 「훈」 할머니는 5일 하오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서 온 혜진 스님과 일본군 위안부할머니 4명의 방문을 받고 반가워 어쩔줄 몰랐다.

훈 할머니는 위안부할머니들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손을 합장한 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훈 할머니는 이날 병실을 방문한 김복동(78) 김순덕(78) 박두리(75) 배춘희(74) 할머니와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포옹했다. 특히 6월에 캄보디아를 방문,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김복동 할머니를 금세 알아보더니 얼굴을 맞대고 볼에 두번씩이나 키스를 했다. 위안부할머니들은 이에 훈 할머니의 등을 두드리며 캄보디아에서 함께 온 김유미(15)양의 통역을 통해 『잘 왔다. 객지에서 고생 많겠다. 한국에 와서 함께 삽시다』며 화답했다.

훈 할머니가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울먹이며 김순덕 할머니가 입고 온 한복 옷고름을 연신 매만지자 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가 사는 곳에 오면 고운 한복을 해주겠다』고 나눔의 집 방문을 간곡히 요청했다. 훈 할머니는 『어렸을 적 파란 색 치마에 빨간 저고리의 한복을 입었다』며 기억을 더듬는 듯 했으나 『먼저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훈 할머니는 『한국에 와 보니 어떠냐』라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질문을 받자 『무척 행복하다. 이렇게까지 발전한 줄은 몰랐다. 한국사람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훈 할머니는 이날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중 설날 먹었던 떡국에 대한 기억을 정확하게 떠올려 한국인임을 분명히 하고 『마산에서 헤엄치고 논 적이 있다』고 말해 고향이 「마산 진동」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훈 할머니는 『설날 어머니가 만들어 준 떡국을 먹었다』며 『지금과는 달리 일일이 손으로 (반죽을)밀어 길게 만든 뒤 잘게 썬 떡을 국물에 넣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훈 할머니는 이어 『김치를 먹은 기억이 있다』며 『어머니가 김치를 담갔다』고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최면요법 동원 기억살리기 혼신/“집 근처에 염전·절”

고국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 「훈」 할머니는 최면요법까지 받아가며 과거 기억의 편린들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한많은 50여년의 세월을 넘어 4일 고국땅을 처음 밟은 훈 할머니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건강진단을 받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며 연신 기쁨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밤 11시 늦게 잠들어 5일 상오 6시45분 다소 일찍 일어난 훈 할머니는 고국에서의 첫 아침을 맞으며 하루빨리 고향땅을 밟고 싶어했다. 상오 8시30분 추가 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인천 중앙길병원 여성클리닉에서 휠체어를 타고 1백여m 떨어진 본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정원에 서있는 소나무를 보고 『기억이 난다. 캄보디아에는 없는 나무다』라고 기억해 냈다. 또 소나무 잎을 뜯어주자 냄새를 맡으며 『향기롭다. 옛날에 보았다』고 되뇌였다.

훈 할머니는 상오 9시부터 큰손녀 시나(27)씨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 본관 1층에서 복부초음파검사와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2층 안과에서 시력을 측정했다.

이어 「나눔의 집」할머니들의 방문을 받고 담소를 나눈 훈 할머니는 하오 3시부터 잃어버린 과거를 되살리기 위해 최면요법을 받았다. 최면요법을 시행한 서울 「변영돈신경정신과」 변영돈(42) 원장은 『훈 할머니가 집근처에 염전이 있었으며 산에 있는 절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기억이 단편적이고 뇌기능이 저하돼 옛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인천=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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