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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법·제도 정비 시급/개선방향 및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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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법·제도 정비 시급/개선방향 및 대책

입력
1997.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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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법’ 보완·건설공사전 지표조사 의무화/각시도 담당관리 전문성제고도 서둘러야문화재 보호·관리 부실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예산부족과 개발위주의 국가 정책, 문화체육부의 낮은 위상, 지자체들의 느슨한 관리·감독이 문화재 당국을 밖에서 옥죄고 있다. 여기에 법·제도의 미비, 전문인력 부족, 문화재관리 조직의 비효율성 등 내부적 문제까지 겹쳐져 있다.

전문가들은 법·제도의 정비와 행정관리의 전문성 제고가 우선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보호법의 보완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문화재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3조를 개정,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문화재정책의 전문성을 높이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화재 관리를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중장기(5개년) 문화재 보존관리정책을 수립하도록 강제 규정을 두자는 주장도 무성하다. 문화재관리국은 관련법에 따라 지자체에 문화재 관리를 위임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상부기관이 아니어서 지도·감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고고학계는 또 도로 건설이나 공단 조성 등 개발사업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문체부와 사전협의해 매장문화재 훼손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16개 평가항목의 한 항목으로 공사지역에 대한 문화재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형식적으로 문화재 조사가 이루어 질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데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 경주 도심 통과 여부를 놓고 3년여 동안 계속됐던 경부고속철도 노선논쟁이 현행법의 폐단을 드러 낸 대표적인 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를 할 때 사전 지표조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병삼 전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문화재보호법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경주 공주 등 문화재가 많은 도시에서는 문화재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어떤 성급한 개발도 금지하는 「역사고도환경보존법」(가칭)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관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전국의 문화재 관리는 각도의 문화체육과 문화재계장(지방직 5급)과 시·군 단위의 문화공보실 문화관광 담당자가 맡고 있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닐 뿐더러 잦은 인사이동 때문에 전문가가 되기도 어렵다.

서울대 임효재 교수는 『적어도 시·도 문화재 담당자는 학예직 전문가여야 한다』며 『전문가가 부족한 문화재관리국에는 문화재연구소, 박물관의 학예직 직원들을 파견, 순환 근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정부조직법상 유일한 외국인 문화재관리국을 문화재청으로 승격시키고 문화재 보호·관리를 전담하는 지방청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예산문제도 심각하다. 문화체육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정책결정 우선순위에서 문화재보호는 늘 뒤로 밀리다 보니 예산확보가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한 예로 문화재관리국은 지난해 지자체들로부터 올해 긴급 문화재보수비로 3,500억원의 지원을 요구받았으나 700억원 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 97년도 문체부 예산은 6,315억원으로 정부전체 예산의 0.88%, 문화재관리국 예산은 1,243억원으로 전체예산의 0.17%에 불과했다.

문화유적 분포도 제작도 시급하다. 축적 5,000분의 1 지도에 각종 지정문화재와 사적지, 천연기념물 등을 표시하고 지표조사를 통해 매장문화재 범위를 표시한 분포도가 제작되면 문화재보호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올해 10개년 계획으로 분포도 제작사업에 착수했으나 예산확보가 안된 상태여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서사봉 기자>

◎피어리스 아미박물관/“중환자 돌보듯 다룹니다”/철저한 유물위주 설계/내부공사에만 3년/항온·항습설비 기본/관람객 숫자도 제한

『박물관에 소장된 모든 유물은 중환자나 다름없습니다. 전시실은 유물 입원실이고 수장고는 회복실쯤 된다고 생각해요』

화장품 제조업체 피어리스사의 사설박물관인 「피어리스 아미박물관」의 박준범(30) 학예연구사의 이 말은 문화재가 중환자만큼 다루기 어렵고 세심한 배려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89년에 문을 연 아미박물관은 70여평의 전시실을 갖춘 화장사 전문박물관. 삼국시대 처녀들이 얼굴을 비추어 보던 청동거울, 고려시대 귀부인의 청자 분항아리, 조선 여인의 쪽진 머리를 장식하던 뒤꽂이, 대량생산된 최초의 근대적 화장품인 「박가분」 등 화장과 장신구 관련 문화재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80년대에 획기적인 유물보존시설로 화제가 됐고 지금도 박물관 운영·관리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철저한 유물위주의 내부공사. 서울 충정로 본사 사옥 8층을 박물관으로 꾸미기로 결정한 뒤 내부공사만 3년이 걸렸다. 수장품 크기와 색깔, 재질의 표준치를 컴퓨터로 추출해 이를 전시실과 쇼케이스, 보관함 설계의 기초자료로 삼았다.

항온·항습설비를 24시간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유물 가운데 도자기류가 많은 점을 고려해 자기류에 가장 알맞는 조건인 「온도 20도, 습도 50%」를 늘 유지한다. 자동화재경보장치와 할론개스 분사기를 갖추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전시 유물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명기기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자외선 방출과 열복사가 적은 특수등을 사용하고 별도의 필터를 설치해 자외선을 2중으로 차단했다. 열에 약한 유물은 조도를 낮추어야 하므로 조명기구에는 반드시 밝기조절 장치가 부착돼 있다. 전시실의 공기정화장치와는 별도로 전시용 쇼케이스에 필터를 부착해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전시실 관람객도 여름철에는 한꺼번에 15명, 겨울철에는 17명을 넘지 않도록 입장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전시실의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전시실 입구에 마련된 20여평 규모의 로비에는 대기 관람객을 위한 안락의자와 읽을거리도 갖춰져 있다. 박물관이 유물을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마당이어서 관람객들의 자세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전시품은 수장품의 15%정도. 전시실에서 「혹사」당한 유물이 충분히 「회복」돼야 하는데 10여평 규모의 수장고가 너무 좁아 곧 확장할 계획이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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