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여전… 물밑싸움 거세질듯기아그룹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처리방향이 긴 산고끝에 「2개월간 부도유예 및 조건부 자금지원」쪽으로 매듭지어졌다. 이로써 기아는 적어도 2개월간은 부도걱정없이 자력 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고 채권단과 기아그룹간 극단적 대립을 야기했던 김선홍 회장의 퇴진문제도 일단 수면밑으로 잠복하게 됐다.
그러나 4일 채권단회의의 결론은 「상황적 강요」에 의해 양자간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한 것일 뿐 갈등자체를 제거한 것은 아니어서 김회장의 거취와 기아의 장래는 금명간 불씨로 재부상할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일단 기아의 처리방식에 진로그룹의 경험을 응용했다. 즉 ▲부도는 유예하되 ▲이 기간동안 실사를 벌여 생사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려내고 ▲긴급자금은 경영권포기각서를 내야만 지원해주는 것이다.
지난 두차례 회의에서 채권단이 보인 「압박강도」에 비춰볼때 혹시 기아를 부도처리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됐지만 그러기엔 국민경제적 희생이 너무 크다는게 지배적 견해였다. 채권단관계자는 『애당초 부도같은 극약판정은 쓸 수 없는 카드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채권단회의의 결론만 보면 채권단과 김회장간 힘겨루기는 일단 김회장의 판정승으로 기운 느낌이다.
하지만 기아의 장래든, 김회장의 거취든 쟁점의 불씨들은 2개월의 유예기간동안 잠시 덮어진 것일 뿐 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기아가 채권단의 자금지원없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의문이다. 김회장이 자금지원과 연계한, 채권단의 집요한 경영권포기각서 압력에 버틸 수 있는 것은 비축된 자금 덕분인데 만약 부도유예기간이 끝나고 「실탄」이 소진된다면 김회장의 저항강도도 약해질 것이란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또 부도유예협약 종료후 채권단이 진로에 해줬던 것처럼 원금상환유예혜택을 기아에 부여할지, 기아특수강이나 아시아자동차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해 「회생」판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더구나 기아자동차의 정상화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채권단으로선 「제3자인수」카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기아의 운명은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말이후 에나 가닥이 잡힐 것이며 2개월의 휴전기간동안 채권단과 김회장의 물밑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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