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있는 연주에 보기드문 음악적 세련미/“2년후 전업연주자 나설터”식인종이 과학자, 음악가 등 여러 직종 인간의 뇌를 팔았다.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비올라연주자의 뇌가 답이다. 하도 드물기 때문이란다. 음악계에 유행하는 이른바 「비올라 조크」 중 하나다. 비올리스트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인데 그 밀도 낮은 영토에 초롱초롱 빛나는 새 별이 떴다.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첫 독주회를 한 김상진(25)씨. 9월 독일 쾰른음대 졸업을 앞둔 신예이지만 음악계에서는 이미 잘 한다고 소문이 난 터였다.
『비올라는 슬픈 듯 독특한 소리를 지니고 있지요. 그래선지 비올라곡 중에는 엘레지(비가)나 작곡가의 유작이 많습니다. 비올리스트의 존재 이유라는 말이 있을만큼 명곡으로 꼽히는 바르토크의 유작 소나타가 대표적이지요』
김씨는 이날 롤라, 레거, 비외탕, 슈만, 짐머만, 클라크의 작품을 연주했다. 1회용 프로그램으로는 좀 벅차다 싶은 무거운 곡들이었지만 곡마다 충분히 소화해 연주함으로써 신뢰감을 줬다. 비올리스트 박상연씨는 『기술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보기 드문 음악적인 세련과 안정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많은 음악적 가능성을 지닌 연주자』라고 평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크고 첼로보다 작다. 화려하지 않고 음량이 큰 것도아니어서 중간에 묻혀버리기 일쑤이지만 튀지 않는 중용의 미덕 때문에 실내악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세기 들어 가장 많이 발전한 악기가 비올라일 겁니다. 10개 이상의 비올라곡을 남긴 힌데미트를 비롯해 블로흐, 쇼스타코비치 등 비올라를 좋아한 현대작곡가들과 카시카쉬안 등 뛰어난 연주자가 많이 등장한 덕분이죠. 그 결과 앙상블의 영역을 넘어 독주악기로도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 근거를 둔 세종솔로이스츠 외에 국내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 줄리어드음악원 대학원에 진학, 공부를 더 하고 2년쯤 뒤 전업연주자로 나설 계획이다.
비올라를 닮은 것일까. 나이보다 의젓하고 드레가 있어 보이는 이 젊은이는 현악기 연주자중 비올리스트가 가장 직업병이 많다는 것과, 아직까지 여자친구 한명 없음을 한탄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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